중소 이동전화 단말기 제조업체가 외국업체의 로열티 공세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동통신지적재산권협회를 발족시킨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협회는 앞으로 중소업체의 이동통신 지적재산권에 관한 조사·연구·개발·보호·활용과 관리 등 업무 전반에 걸쳐 대응전략을 개발하고 세계 각국의 유관단체 및 기관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협회 발족은 그 동안 개별 업체별로 외국업체와 진행하던 로열티 협상을 중소업체가 단결해 대등한 입장에서 공동으로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다소 때늦은 느낌은 들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62년 외자 도입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업체가 외국업체에 기술도입의 대가로 지불한 로열티가 지난해 말까지 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분야별로는 반도체와 전기·전자 분야의 로열티가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고 기계·화학 분야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로열티를 지불한 나라를 보면 미국이 전체 지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본·독일·프랑스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기술 수준이 낮은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면 외국기업에 그들이 개발한 각종 기술을 도입해 오는 것이 불가피했다. 외화의 유출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첨단기술을 국내에 이전시켜 경제도약의 기틀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의 자립기반을 다져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더욱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사업권 획득을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지자 유럽형 이동전화(GSM)의 원천기술을 가진 외국업체가 국내업체에 관련 기술의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업체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IMT2000에 관한 로열티는 국내업체와 외국업체 사이에 상당한 시각차를 보여 협상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고 한다.
우리가 이 같은 외국업체의 로열티 공세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만큼 국내기업의 부담은 늘어나고 수익성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내업체는 외국업체의 로열티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독자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물론 기술개발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해 자사가 자신있는 분야에 대한 최첨단 기술을 최단 시일 안에 확보하지 못하면 상당기간 로열티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음은 국내업체가 외국업체와 특허공유 및 기술교차 사용, 공동투자 방식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로열티 부담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제 외국업체와 기술교차 사용 방식으로 로열티 부담을 해결한 국내업체가 적지 않다.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각국의 기업들은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이를 통한 기술력 확보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흐름에 국내기업이 능동적으로 대응해 첨단분야의 기술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진출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더욱 국내시장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