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시장이 본격적인 도약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초 40여개 불과하던 정보보호 업체 수가 올해 100여개사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1년 6개월 사이에 무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 500억원 수준에서 올해 최소한 1500억∼2000억원 정도로 큰 폭의 성장세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식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인터넷이나 전자상거래 창업 열기가 주춤한 데도 불구하고 정보보호 분야만은 여전히 상승 무드가 계속되고 있다. 어떤 분야보다도 활기가 넘치며 보안 업체 종사자들도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는 무단 해킹으로 인한 시스템 파괴나 불법적인 개인 정보 유출이 크게 늘면서 정보보호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정보보호산업 육성에 나선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정보보호 분야는 시장성이나 사업성 면에서 어떤 인터넷 솔루션 분야보다도 유망하다. 하지만 최근 업체가 난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가 과열 양상이다. 과열 분위기는 당연히 출혈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이 같은 출혈경쟁으로 매출을 올리면서도 손해를 보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틀린 데이터나 자료를 인용해 다른 회사를 비방하거나 헐뜯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국내 시장 규모나 전문 보안기술 인력을 따져 볼 때 100여개의 보안업체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가운데 과연 몇 개 업체가 기술력을 갖췄는지 의심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보안 시장이 도약기에 들어섰다고 하나 아직도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지금은 내부에서 아옹다옹하기보다는 시장의 규모를 늘리고 기술력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국내보다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쓸데없는 출혈경쟁으로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 못지 않게 시장 확대와 기술 개발에 업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누차 강조하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이제 막 도약기에 들어선 국내 정보보호 산업을 전략 분야로 육성하느냐, 아니면 한때의 유행에 그치느냐는 전적으로 지금 정보보호 업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책임이다.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