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휴대폰업체 노키아(http://www.nokia.com)가 일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6.9%의 점유율을 기록해 경쟁업체인 모토로라(16.9%)와 에릭슨(10.5%)을 큰 차이로 제치고 98년에 이어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러나 노키아는 현재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휴대폰 시장인 일본에서는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노키아는 올해로 일본에 진출한 지 6년째를 맞고 있지만 마쓰시타·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업체들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1%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노키아가 이처럼 일본에서 부진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와의 협력 부재. 현재 일본 휴대폰 시장의 선두권을 구성하고 있는 마쓰시타·미쓰비시·NEC 등의 공통점은 도코모에 휴대폰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가입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도코모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심지어 일본 최대 가전업체 소니도 도코모와 협력 관계를 맺지 못해 휴대폰 시장에서는 주변 업체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노키아 부진의 두번째 이유는 휴대폰 교체 주기가 짧은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행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짧게는 3개월, 길어도 6개월 만에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노키아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또한 노키아는 봄철 입학시즌과 여름철 특별 보너스로 인한 일본의 휴대폰 특수 기간도 매출 신장의 기회로 이용하지 못해 부진을 감수해야 했다.
한편 노키아는 일본에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일본 업체들에 「홈그라운드」인 유럽 시장을 공략당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7년 유럽에 진출한 미쓰비시는 작년 6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노키아를 위협했다. 특히, 일본의 휴대폰업체들은 유럽이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기술로 자국과 동일한 WCDMA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해 유럽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