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복되는 반도체 인력 스카우트 경쟁

반도체업계에 바람직하지 못한 전문인력 스카우트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대전자·아남반도체 등 기존 반도체업체들의 전문인력에 대해 비교적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스카우트전을 벌이면서 고용시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는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에 따른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동부가 그동안 중단했던 반도체사업을 재개함에 따라 인력 스카우트 경쟁은 가열될 것이 확실하다 더욱이 스카우트 대상자들이 저기능 단순근로자보다는 숙련된 고기능 전문인력들이어서 해당업체들이 필요한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업체의 인력에 손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필요한 인력을 자체 양성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서 스카우트해 충원할 경우 인력 도미노 현상을 불러와 인력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히 염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력 스카우트라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자연스럽고 일반화된 현상이다. 특히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채용하는 것이 상례다. 그것은 노동시장에서의 유연성을 높이고 또 전문인력의 자질을 계발,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기능을 갖는다.

특히 어떤 업체가 신규로 사업에 진출할 경우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에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국내 반도체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스카우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을 빼앗기는 쪽도 인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 인력을 여유있게 양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력 이동으로 반도체업계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급하다고 다른 업체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면 인력이 빠진 업체는 사업추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인력 스카우트를 기본적으로 근절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준수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빼가는 일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당장 필요한 인력이라고 해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인력을 빼간다면 그것은 결국 고용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인력 스카우트 경쟁은 반도체업계뿐만 아니라 다른 디지털 경제 분야에도 수시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성패의 관건은 남보다 우수한 전문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해 이를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업계와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력 수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 지나친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하고 대신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정부는 임시 방편으로 인력 육성에 대한 단기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근로자들이 스스로 미래의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미래 지향적인 고용안정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해당업체도 자사의 사업방향에 적합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 정보기술(IT)분야의 필요한 인력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