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고속망 품질향상 시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실가입자수가 이달중 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지만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고객들의 불만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실제 가입자수는 지난 98년 7월경 상용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2년만인 6월 21일 현재 157만여명에 이르렀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 4월 이후 급신장세를 보인 결과로, 정부와 업계는 이달중에만 40만∼50만명의 신규 가입자가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 정부가 전국 1만여 각급 학교에 초고속망을 구축해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고, 여기에 드림라인·데이콤·SK텔레콤 등 후발사업자들의 물량공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가입자 증가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256Kbps∼10Mbps의 속도, 98% 이상의 서비스 접속률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최대 56Kbps의 접속속도와 접속률 70∼80%대의 다이얼업 모뎀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가입자 증가세는 외형상으로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인터넷붐이라는 대세의 결과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자들의 시장선점 욕구와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욕구가 맞물린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망 품질측정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초고속 서비스는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가입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전송속도의 경우 사업자별 또는 매체별로 모뎀 수준인 60Kbps로 저하되는가 하면 접속률도 90%대 이하로 낮아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소비자단체나 언론사 등에는 최근 들어 가입자들의 불만사항 접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불매운동과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 과정에서 속도 저하와 접속률 불량 등이 발생하는 것은 각 사업자들이 가입자 증가에 따른 기간망 및 백본망의 증설을 제때에 실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지나친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린나머지 가입자망과 구내선로의 정비불량 상태가 지속되는 등 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의 개선에 소흘히 했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사업자별 초고속 서비스 가입자 규모는 한국통신 49만여명, 하나로통신 43만여명, 두루넷 39만여명 등으로 3사가 전체 가입자의 85% 가량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서비스 매체별로는 ADSL 68만여명, 케이블TV망 56만여명, 초고속 구내통신 32만여명, 위성인터넷 1만5000여명 등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같은 시장구도가 소비자단체나 언론사에 집중되고 있는 소비자 불만사항의 구체적인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의 증가세를 적극 환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에 비례해서 증가하는 가입자 불만사항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이동전화업계 등에서 보였던 「우선 유치해놓고 보자」는 식의 가입자 확보경쟁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다. 정부도 가입자수 증가에 관심을 갖는 만큼 사업자들이 서비스 품질 개선에 앞장설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