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당국의 두얼굴

정부에 몸담고 있는 공무원의 역할은 항상 국민의 입장에서 일하는 자세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의 정부들어 각 부처는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을 고객으로 모시는 행정서비스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달라진 공무원상을 느끼게 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불만을 하나하나 들어줄 수 없지만 공통의 불만이라면 여론해소 차원에서라도 재검토하고 받아들여질 것이 당연하다.

과기부가 최근 출연연 등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연구책임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제기돼온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PBS에 대한 불만은 그동안 3∼4년 출연연 등이 제기해온 공통적인 요구사항으로, 개선안이 마련됐다는 소식에 과학기술계가 이를 크게 반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기부가 마련했다는 개선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히려 연구수행기관의 운신폭을 줄여놓고 있다.

과기부는 PBS의 간접비 인정 확대를 요구하는 출연연의 요구에 대해 개선안을 마련, 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간접비 지원을 내부인건비의 35%로 억제해 오던 것을 앞으로는 실제 연구사업수행에 소요되는 간접성 경비를 기관공통지원인력인건비, 공공요금 및 제세공과금, 수용비 및 수수료, 건물·시설장비 유지관리 경비 등 5개 항목으로 나눠 이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부인건비의 60% 이상을 간접비로 충당해온 출연연의 입장에서는 과기부의 뒤늦은 조치를 반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간접성 경비 인정범위를 대폭 확대하겠다던 과기부의 발표와는 달리 내면을 들여다 보면 연구과제별로 35%범위내에서 총체적으로 인정되던 간접비가 무려 30∼40개로 세부적으로 선별화해 간접비 인정범위를 좁히고 있는가 하면 국제협력비나 교육훈련비·기관운영비·복지시설운영비 등 연구기관이 필요로 하는 4, 5가지 항목은 일방적으로 제외해 모처럼 여론을 수렴, 정책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과기부는 직접성 경비에서 간접성 경비를 집행할 경우 연말정산을 통해 지출된 간접비의 5배 이상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특히 간접 경비가 얼마이던간에 특정연구개발사업비의 과제액을 기준으로 특연사 연구비의 30%만 인정하겠다고 통보, 일부 연구소의 경우 간접비를 타부처 과제에서 마련해 충당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기부의 이번 조치가 그동안 PBS개선을 요구해온 출연연 등 과학기술계의 목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면 적어도 출연연을 신뢰하는 입장에서 「앞에서 풀고 뒤에서 조이는」 못된 버릇은 버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과학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