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기를 추진해야 하지만 동기로 선회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력」, 컨소시엄은 원하지 않지만 어쩌면 컨소시엄을 만들어야만 할 상황.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가장 느긋한 SK텔레콤이 기술표준과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 기존 입장이 변할 것인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가지 사안 모두 SK텔레콤이 누리고 있는 시장 지배력, 즉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표방한 업계 자율 선택이 액면 그대로 지켜진다면 SK텔레콤은 당연히 비동기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자들의 「의견(물음표)」을 무시할 수도 없고 특히 피해가고 싶은 컨소시엄 구성과도 맞물려 있어 골치를 앓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SK텔레콤은 동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시장 판단에 따른 개인적 소견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SK텔레콤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한국통신과 LG도 SK텔레콤이 동기로 가면 자신들은 자연스럽게 비동기를 선택,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한다.
SK의 동기 선회 근거로 IS95C에 대한 투자를 거론하지만 SK는 단호하다. IS95C와 IMT2000은 별개라는 것이다. IMT2000 서비스 이전까지 IS95C에 대한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SK는 지난 수년간 비동기를 전제로 한 전략적 제휴,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부 주변에서 SK텔레콤-동기라는 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는 것은 부담이 된다.
컨소시엄 문제는 정통부가 허가신청 요령을 확정하는 이달 말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책을 세울 계획이지만 이 역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피곤한 작업이다.
물론 정부가 배점기준 등에서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는다면 SK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NTT도코모와의 전략적 제휴도 마무리, IMT2000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지금도 최우량 기업 소릴 듣는 기업가치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 육성,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를 내걸고 있는 현 정부가 컨소시엄을 우대하는 방식의 평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 경우 SK텔레콤으로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SK텔레콤에 대해 표준은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대신 컨소시엄 구성은 풀어주는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정부나 SK 모두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쟁 사업자들에겐 절대 강자지만 정부에 대해서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SK가 당초의 계획을 사업권 신청까지 관철할 지, 정부도 업계 자율 약속을 끝내 고수할 지, 바라보는 눈이 많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