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 반도체 설비투자가 주요 업체들의 잇따른 증액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후지쯔가 5월 말 400억엔을 증액키로 한 것을 비롯해 미쓰비시전기가 지난 5일 500억엔 늘어난 1500억엔으로 조정했다. 또 최대 업체인 NEC도 200억엔 정도 늘리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최근 대형 업체들의 설비투자 상향조정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시황이나 수급 관계를 지켜보면서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본의 경우 상반기(4∼9월) 결산 실적을 확인한 후 조정하는데, 이번처럼 회계연도 초(3개월)에 수정 계획이 잇따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따라 NEC·도시바·히타치제작소·후지쯔·미쓰비시 등 일본 5대 반도체업체의 2000년도(2000년 4월∼2001년 3월) 설비투자 규모는 9040억엔을 기록, 역대 사상 최고인 95년도 실적(8870억엔)을 앞설 전망이다.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 증액은 휴대폰단말기,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공급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등 주요 반도체 제품의 증산을 서두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쓰비시는 설비투자액을 500억엔 늘려 주력 생산거점인 사이조공장에 오는 2001년 봄 가동을 목표로 선폭 0.18미크론의 첨단 미세가공 라인을 신설하는 한편 구마모토공장의 플래시메모리 생산설비도 증강할 방침이다.
신설라인의 생산력은 8인치 웨이퍼 환산으로 월 1만5000장이고, 플래시메모리와 S램을 원칩화한 휴대폰용 메모리 제품, 디지털카메라용 시스템LSI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NEC는 내년도 설비투자분을 앞당겨 당초 2000억엔으로 예정했던 올 설비투자액에 200억엔을 추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증액분은 휴대폰 등에 탑재하는 무선신호 처리 범용반도체, 디지털가전용 시스템LSI 등의 증산에 주로 돌릴 계획이다.
앞서 후지쯔는 지난 5월 말 당초 1600억엔으로 계획했던 2000년도 설비투자액을 2000억엔으로 상향조정한다고 표명했다. 이 회사도 플래시메모리의 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밖에 도시바는 전년대비 35% 증가한 1300억엔을, 히타치는 일본 업체 최대인 2500엔엔을 올 설비투자비로 잡고 있다.
한편 반도체 설비투자의 강세에 대해 웨스트LB증권의 한 분석가는 『투자액이 시장 규모의 20%를 초과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일부 제품에서 공급과잉이 일어날 것』으로 지적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