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업계 「과잉투자」 구태 반복

반도체 산업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미컨덕터비즈니스뉴스」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가들은 세계 반도체 업계가 향후 1∼2년 지나친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반도체 경기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1년 빠른 2002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330억달러에서 올해는 이보다 60%이상 증가하고 내년에도 이러한 설비투자가 경쟁적으로 전개될 전망이어서 2∼3년내에 업계 전체가 설비과잉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반도체 업체 내부에서도 올해와 내년의 설비투자 확대가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의 의견이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빌 매클린 회장은 『2002년 반도체 시장 매출규모는 8∼9%로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매출 신장률은 40%, 내년에는 25∼30%로 점차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매클린 회장은 반도체 업계가 시장조사 업체들의 예측보다 설비투자를 더욱 늘릴 경우에는 2002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IC인사이츠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휴대폰의 성장 감속과 경기둔화에다 과잉 설비투자가 겹쳐 오는 2002년에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사이클이 하락세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연초에 분석했던 설비투자 증가율을 전년대비 25∼30% 였으나 3월에 40∼50%로 상향 조정됐고 최근 업체들의 추가 설비투자 발표로 상향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체들이 호황기에 투자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과거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VLSI리서치」는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이 내년까지는 호황을 구가하겠지만 그 다음해에는 사정이 돌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조사업체 리스토 푸하카 부회장을 비롯한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증설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각 업체의 반도체 공장들은 경기둔화 조짐이 조기에 나타날 경우, 제대로 설비를 갖추지도 못한 채 불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2인치 웨이퍼 라인의 경쟁적 도입으로 물량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IC인사이츠의 매클린 회장은 휴대폰단말기용 반도체가 특히 공급과잉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히고 이 부문은 1∼2년내에 거품이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매클린 회장은 반도체 시장의 최근 상황이 공급부족과 판매가격 상승으로 생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경쟁적으로 확대해 결국 3년간의 장기불황을 자초했던 지난 95년 당시와 흡사하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업계는 94년에 설비투자를 70%나 확대, 그 여파로 95년부터 불황에 빠졌으며 98년은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