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과학기술한국을 이끌 「과학기술기본법」(안) 제정이 유관부처간, 당정간 의견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도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 쟁점이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에 있다기보다는 누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국의 운영주체가 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처간 알력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의견대립 상황을 보면 우선 과학기술정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부는 현행대로 사무국 운영을 자신들이 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위원회의 기능에 조사·분석·평가 업무가 추가된 만큼 그 사무국 운영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중립적 입장의 국무조정실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학기술계 원로급 인사가 다수 포진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경우는 한발짝 더 나아가 사무국을 강력한 조정기능이 기대되는 청와대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여기에 여당인 민주당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과학기술기본법의 제정은 당정합의에 따라 과기부가 지난해 11월부터 법안을 준비해 왔으며 한차례 공청회를 거쳐 9월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현재는 부처간, 당정간 의견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은 외관상으로는 지난 97년 한시적으로 마련된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을 대체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법은 지난 67년에 제정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정책 모법인 과학기술진흥법을 33년만에 대체한다는 중차대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 제정의 기본취지 역시 21세기 지식사회에 부응하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총괄규범으로서 과학기술시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있음은 물론이다. 구체적으로는 범부처가 참여하는 5년 주기의 과학기술기본계획과 남북 과학기술교류협력방안 등을 마련하고, 향후 고급인력의 한 축을 담당할 여성 기술인력의 활용방안 등을 명문화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사무국의 운영주체를 놓고 부처간 이견을 보이는 것은 일견 타당한 수순일 수도 있다. 법 제정의 의미가 역사적이고 중차대한 뜻을 담고 있기에 그 운영이나 절차 역시 한 점 소홀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간, 당정간 의견대립이 과연 이같은 국가적 대승적 차원의 것이냐 하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산자부와 정통부의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국무조정실이 오히려 전문성 및 인력부족 등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장관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간사위원을 맡고 있으며 업무의 연속성을 꾀하기 위해서라도 사무국을 과기부내에 둬야 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주무부처를 모른체하고 사무국을 당장 청와대 직속으로 두자는 안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법 제정의 취지나 범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발전을 목표로 하는 법(안)의 내용을 볼 때 청와대 설치안은 비교적 설득력있는 대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유관부처의 이해와 조정을 전제로 한다면 과학기술위원회 사무국의 청와대 설치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