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외국의 유명 닷컴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도산하거나 감원바람이 불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나스닥시장이 침체되고, 코스닥시장의 닷컴기업 역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러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격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그것 봐라」라는 식으로 닷컴기업에 대한 폄하에 열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닷컴기업은 우리 경제의 주인공으로 대접받으면서 투자자들은 뭉칫돈을 들고서 투자를 못해 안달일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정반대로 변해 닷컴기업에 대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이들 닷컴기업은 투자자를 우롱한 죄인 취급도 받고 있다. 그뿐인가. 「대란설」 「위기설」이 시중에 유포되면서 거의 모든 닷컴기업이 정리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닷컴기업 선풍이 그랬던 것처럼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닷컴기업 열풍 때에는 거품을 경계하여야 한다고 본 만큼, 지금은 반대로 투자자의 심리적 공황속에서 제대로 된 닷컴기업마저 시장에 휩쓸려 피해를 보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 기반의 경제가 대세이기에 소문에도 불구하고 닷컴기업 역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추세력으로 계속 자리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닷컴기업에 대하여 투자를 중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적인 기업이 될지도 모르는 유망한 닷컴기업마저 도산시켜 우리 경제를 어둡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기술력, 비즈니스 모델 등을 면밀히 평가하지 않고 무조건 닷컴기업이라는 이름만 보고선 묻지마 투자와 같이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해 투자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10년후 마이크로소프트나 IBM같이 성장해 우리경제의 패러다임을 리드할 기업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잠재력(potential) 있는 닷컴기업까지도 분위기에 편승하여 매도당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린다면 결국 우리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얻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닷컴기업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진출계획(market plan)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은 사실 자금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음으로써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로 인해 직면하게 된 상황이다.
지난 1년동안 지불했던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가 실패하여 손해를 보았다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올바른 기업을 찾기 위한 탐색비용이었다고 평가하고 정말 될 만한 기업에 대해서는 이제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아직까지 코스닥시장에는 개미군단이라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가보다 비중이 높은 편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시장의 불안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함으로써 지속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신속히 투자를 철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장안정성을 해치는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함께 균형을 이루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대형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증시가 심리적 흐름이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하는 안정된 패턴의 장기적 투자를 더 활발히 하는 것이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자본시장으로서의 증시 역할을 제대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진 이는 없을 것이다.
닷컴기업은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주요한 축이다. 이들 기업의 비상하는 날개를 꺾어서는 안될 것이다. 때문에 최근의 닷컴기업에 대한 투자경향은 상당히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