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업체간 특허분쟁이 심각하다는 보도다. 그러나 이번 한국과 일본업체간의 특허분쟁은 이미 예고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연평균 15% 가량씩 급성장하는 TFT LCD 분야는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더욱이 노트북PC와 모니터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2005년쯤이면 기존 브라운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두 나라 업체간의 기술개발 및 제품생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2위의 TFT LCD 생산국으로 부상했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세계시장 점유율 제1위와 2위 업체로 성장했다. 그 뒤를 일본의 히타치와 사프·NEC가 나란히 추격하고 있으니 순위다툼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LG필립스LCD는 최근 일본 NEC를 상대로 TFT LCD 관련기술의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본의 반도체에너지연구소(SEL)와 히타치·샤프 등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해 자신의 기술특허를 침해했다며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자사의 횡전계방식(IPS) LCD 원천기술을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고 있으며 LG필립스·현대전자에도 로열티 협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또 일본의 전문기술업체인 SEL도 이달 초 삼성전자와 일본 삼성전자를 상대로 LCD의 수입·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도쿄지방법원에 제출해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일본업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삼성전자는 SEL의 특허소송은 이미 미국에서 승소한 적이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으나 히타치의 특허 압력에 대해서는 특허권 교차(크로스 라이선스)를 비롯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이제 국내업체들은 특허전쟁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하고, 더욱이 이같은 특허분쟁의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근원적인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만약 국내업체들이 특허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기술개발이나 제품생산·시장개척 등에서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지금 이 분야의 기술 중 공정기술은 우리가 앞서지만 응용기술이나 부품재료 장비기술은 일본이 앞서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의 특허분쟁은 냉철하게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본다. 우선 국내업체들은 특허권 교차가 가능한 기술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우리의 해외특허출원은 지난 97년 모두 4334건으로 세계 13위에 머물러 있다. 세계 기술장벽을 뛰어넘고 갈수록 늘어날 외국업체와의 특허분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더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허권을 교차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는 상호투자 및 합병 등의 방안으로 로열티 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 세번째는 경쟁업체의 특허전력과 산업발전전략·무역장벽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신기술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