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밀 사이트에 소개된 유명한 만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애완용 강아지가 인터넷을 통해 채팅을 하면서 동료 강아지에게 말을 건넨다. 『이곳에서는 내가 강아지인지 아무도 몰라.』
분명 이 만화는 인터넷의 익명성을 빗대고자 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애완용 동물이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MIT의 동물행동학 교수인 이레인 페퍼버그는 어느 날 새장 속에서 무료해 하는 앵무새에게 인터넷 서핑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일 앵무새 같은 애완동물도 인터넷을 즐기게 할 수 있다면 매년 230억달러나 되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엄청난 신상품이 탄생할 것이다. 페퍼버그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애완동물을 위한 인터넷 서핑 실험을 진행했다. 앵무새의 부리와 발톱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한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앵무새에게 인터넷 서핑을 가르친 것이다. 그 결과는 이미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소개된 바 있다.
황당한 소리처럼 들렸지만 페퍼버그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앵무새가 돌고래나 침팬지만큼이나 능숙하게 인터넷을 이용했던 것이다. 앵무새는 몸무게에 비해 상당히 큰 뇌를 지니고 있다. 페퍼버그 교수는 이 앵무새에게 색깔이나 모양, 음식의 종류와 같은 50가지 부호를 가르쳤다. 이 앵무새가 이용한 인터넷 서핑 시스템은 4방향 조이스틱과 간단한 콘솔 박스, 그리고 이에 연결된 특수 웹브라우저다. 앵무새는 이 장치를 이용해 컴퓨터 스크린의 배경화면을 선택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별로 어렵지 않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결과들이 아직 실험실내에서 이루어진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애완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애완동물 스스로의 생활 패턴에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페퍼버그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애완동물이 인터넷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것마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닐까. 페퍼버그 교수의 연구결과는 분명 앵무새 같이 지능이 뛰어난 애완동물이 새장에서 벗어나 주인은 물론 바깥 세상과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페퍼버그 교수는 『새장 속에서 무료해 하는 앵무새에게 야생의 앵무새 떼를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시청하게 할 수 있다. 또 스스로 주인이 없는 틈을 이용해 앵무새에 관한 동영상 파일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애완동물을 위한 비디오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감히 상상이라도 한 적이 있을까.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Business-to-Pets), 즉 B2P의 탄생을 말이다.
황당하게 들리든 말든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쇼핑몰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페퍼버그 교수의 실험처럼 애완동물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또 그들을 위한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지금까지는 주인이 애완동물에게 필요한 것을 사다주었지만 만일 애완동물 스스로 『오늘은 맛있는 비스킷이 먹고 싶어요. 새장이 맘에 안 드니 다른 것으로 바꿔줘요』라고 말한다면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주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전자상거래 웹사이트인 펫토피아(Petopia.com)의 브랜드 마케팅 책임자인 조지 웰링은 『만일 그렇게 된다면 앵무새들이 어떤 웹사이트를 좋아하며 어떤 배너광고를 클릭할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펫토피아에서는 애완동물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캠페인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거대한 크래커를 갉아먹고 있는 앵무새나 우유를 핥아먹고 있는 고양이 사진 같이 애완동물이 기억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번에는 택배업체들이 해바라기 씨를 주문한 앵무새로부터 발톱자국을 사인으로 받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