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커런트]모바일 금융서비스의 미래

◆전세계에 무선인터넷 열풍이 불고 있다. 사람들은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휴대폰,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을 통해 「언제-어디서나(anytime-anywhere)」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러한 무선인터넷의 대중화는 소비자들에게는 생활의 편리함을, 사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특히 기존 시장의 포화로 고통받던 통신 및 인터넷업체들은 제2의 부흥기를 열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마련됐다.

우리는 이미 「EC커런트」 세번째 이야기(통신사업자들의 「인터넷 골드러시」 시작됐다)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이 가져온 「선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으로 기획하는 「EC커런트」 다섯번째 이야기에서는 콘텐츠업체들은 이 「선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금융서비스업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뉴스·주식·날씨 등의 간단한 정보서비스에서 채팅·음악전송 심지어는 네트워크 게임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선인터넷서비스에는 여러 기능을 갖춘 단말기를 만드는 단말기제조업체, 서비스의 내용물을 제공하는 콘텐츠제공업체,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통신사업자,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등 4대 주체가 관여한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무선인터넷서비스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 꼽는다면 역시 콘텐츠를 만들고 제공하는 업체일 것이다. 단말기업체나 통신사업자의 시장은 커질 수 있지만 이들이 벌일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은 한정되어 있다. 더구나 그 시장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인 후에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체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콘텐츠업체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영화·음반산업이 100여년의 시간 동안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는 것처럼 콘텐츠는 그 종류나 내용면에서 거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무선인터넷서비스에서 콘텐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분야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무선인터넷용 콘텐츠 시장에는 기존의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에서 활약하던 업체와 무선인터넷시대를 맞아 새로이 진입한 신규업체들간에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고급 콘텐츠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서비스업체를 포레스터리서치는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오프라인에서 사업을 확립했고 인터넷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한 금융업체의 무선인터넷서비스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23개 주요 은행 및 증권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다

포레스터가 23개 금융사의 경영진들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32%만이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자신들의 회사에 새로운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 은행의 경영진은 『적어도 5∼6년간은 무선기기를 이용한 금융서비스 사업이 또 하나의 지출일 뿐』이라며 『누군가 이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당신에게 말한다면 당신은 거짓말쟁이와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대상의 70%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모바일서비스가 2년 내에 중요한 사업부문이 될 것이라고 답한 점을 고려할 때 32%만이 수익을 기대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모바일서비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사업 마인드의 부족이다. 대부분의 경영진들은 모바일서비스를 이윤이 창출되는 수익원보다는 기존 고객들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 한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서비스」 차원에서 무선인터넷사업에 임한다면 수익을 얻기는 처음부터 그른 일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기술의 한계다. 금융사들은 모두 현재의 무선데이터 전송 기술에 불만을 나타낸다. 잦은 접속 불량, 느린 전송속도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

금융사들은 빈약한 통신기술 등을 이유로 들지만 사실 모바일 금융서비스의 불안한 미래는 금융사 스스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은행(시티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증권사(메릴린치, 찰스스왑, 모건스탠리딘위터 등)들은 미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 지사를 설립해 글로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전세계적인 정보망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대 금융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성공한 업체라면 콘텐츠면에서 어느 업체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무선인터넷은 고객들에 대한 접근성면에서 어느 매체보다 탁월하다. 고객들에게 24시간 내내 접근이 가능하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보를 수시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풍부한 콘텐츠와 무선인터넷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들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모바일서비스는 단순히 주식 시황, 환율정보, 예금이체 등에 그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전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A증권사와 B증권사가 제공하는 시황 정보가 다를 게 뭐가 있겠는가. C은행과 D은행이 제공하는 환율정보에서 어느 쪽이 더 좋은 정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따라서 금융사들은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이루고 나아가 모바일서비스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컨설팅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하다.

고객들에게 단순한 수치상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떠나 정보를 분석하고 고객들에게 일종의 「지침」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쳐야 한다. 즉, 정보제공(A사 부품 부족으로 생산차질)-정보분석(경쟁업체인 B사에 호재)-컨설팅(B사 주식 매입 추천)식의 한 차원 높은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목돈이 필요한 고객이 무선단말기를 통해 거래 은행에 대출 신청을 내면 은행은 현재 금리와 고객이 보유한 주식의 향후 전망 등을 분석하여 대출 대신 주식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을 추천해 줄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무선단말기를 통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면 금융사들은 더 이상 수익성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고객들은 좀더 정확한 전망과 컨설팅을 지원하는 회사로 자신의 계좌를 옮길 것이고 자연스럽게 금융사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컨설팅서비스를 위한 준비

사실 이러한 서비스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선행돼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기술적인 준비다.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음성인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일일이 버튼을 누르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고객들이 음성명령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포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보를 분석하고 그에 따른 간단한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야 한다. 고객의 신상 정보를 파악한 후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관련 자료를 종합해 거래와 관련된 조언을 해줘야 한다.

기술적인 면 외에 협력사를 찾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금융사들은 절대로 야후나 AOL 같은 업체들과 경쟁하려 해서는 안된다. 자체적으로 무선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보다는 이들 업체의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포털 시장은 그들의 몫이지 금융사들의 몫은 아니다. 금융사들은 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손을 잡아야 한다.

◇모바일 금융정보서비스 성공지침

포레스터는 지금까지 논의된 것을 바탕으로 은행, 증권사, 투자회사 등이 무선인터넷시대를 맞아 또다른 성공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놓는다.

△하루 빨리 모바일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라. 그렇지 않으면 모바일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신생 소규모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길 공산이 크다.

△포털사이트 구축은 피하라. 고객들은 뉴스·스포츠·날씨·검색 정보 등을 얻기 위해 금융사의 모바일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 금융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컨설팅서비스에 초점을 맞춰라.

△적재적소에 모바일서비스를 투입하라. 모든 정보를 모바일서비스로 제공할 수는 없다. 담보물이 요구되는 대출 서비스처럼 상담원과의 직접 면담이 필요한 서비스는 기존의 오프라인 형태로 남겨놓아라. 적절한 서비스를 적절한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프라인 형태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라. 모바일서비스도 결국은 오프라인상의 인력들이 제공하는 것. 고객이 모바일서비스 이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