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피아<3>
그녀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알렉세이비치는 바이올린을 켜는 아내의 앞에 서서 악보를 넘겨주고 라스토푸친은 나타샤의 피아노 옆에 서서 악보를 넘겨주었다. 나는 탁자 앞에 앉아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연주가 끝났을 때 나는 박수를 쳤다.
협연이 끝나고 나자 여자들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치 약속이나 된 것 같이 여자들이 자리를 비우자 비즈니스 이야기가 나왔다. 라스토푸친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한국에서 활발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 당신을 초청한 사람은 우리 러시아 정부가 아니고 알렉세이비치입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국내 모든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당신이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PCMS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을 패키지화한 그 프로그램말입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었다. 아직은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청을 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알렉세이비치가 말했다.
『우리에게도 자동화장치는 첨단입니다만, 그것은 주로 군사무기와 우주항공산업에 치중되어 있지요.』
라스토푸친이 말을 받아 말했다.
『당신이 패키지화한 그 자동화장치 시스템을 우리의 군사무기와 우주항공기술과 접목을 시키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생필품을 만드는 일반기업에서 활용을 합니다.』
그것은 내가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고도로 기술화되어 있는 러시아의 군사무기체계와 우주항공분야를 탐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연방(구 소련)이 무너지고 이념이 와해되었다고 하더라도 군사기술을 쉽게 노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은 나를 낚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러시아에서 기술참여를 하든, 자본참여를 하든,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외국기업을 보호하는 법률을 만들고 있습니다.』
법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문제였다. 러시아는 아직도 개방의 과도기에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