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인터넷 대부 오라클의 위기<상>

【본사 특약=iBiztoday.com】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대부 오라클이 삐걱거리고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사설탐정 회사를 동원해 「천적」인 빌 게이츠 회장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사무실 쓰레기통까지 뒤지는 최대의 산업스파이 사건 「래리게이트」 여파로 엘리슨 회장과 오라클을 이끌어온 레이 레인 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또 IBM은 물론 피플소프트사 등 크고 작은 경쟁사로부터 일대 반격을 받아 주력 사업인 데이터베이스 부문의 매출이 적지 않게 줄어드는 등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이 그 동안 인터넷 바람을 일으키면서 그야말로 수직 상승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곧 세계 소프트웨어 황제자리 등극을 앞두고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오라클을 지리멸렬한 상태에 처한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그 동안 힘있게 전력질주해온 것에 비해 이 회사가 단지 몇 개월 전에 비해 훨씬 나약해졌을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 전문가가 제기하고 있는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오라클의 믿음직스런 사장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레이 레인의 사임이다. 레인 사장은 불같은 성격을 지닌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지난해부터 일상 업무에 적극 개입, 자신의 「친정체제」를 강화하자 지난달말 특별한 이유없이 전격 사임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인 사장의 퇴진을 미리 알고 예감하긴 했으나 막상 그가 사임하자 월가의 증권시장이 술렁댔고 오라클의 주식가치는 단 이틀 만에 10%가 떨어졌다.

엘리슨 회장은 레인의 이 같은 갑작스런 퇴임이 있기 불과 수일 전에 소프트웨어업계의 강력한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부 사설단체간의 연계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 비밀리에 이들에 대한 뒷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이뿐 아니다. 오라클의 지난 4·4분기 수익은 76%나 급등, 전문 분석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뛰어넘긴 했으나 이 회사의 주력 업종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의 수익은 상황이 반대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기능이 훨씬 개선된 제품을 앞다투어 출시하자 「마이크로소프트를 소프트웨어 업계의 1인자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며 엘리슨이 큰 소리를 치던 바로 그 순간에 오라클은 이미 비틀대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때 흠 잡을 데 없이 반짝거리던 오라클의 위세에 어쩌면 석연찮은 땟물이 끼었다는 지적이다.

오라클은 이에 대해 레인의 퇴진에 따른 술렁거림과 사설탐정을 동원한 「쓰레기통 뒤지기」 파문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게다가 자사 4·4분기의 데이터베이스 매출고가 부진했던 이유 역시 더 이상 대규모 할인혜택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엘리슨 회장의 분기말 선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오라클의 제니퍼 글래스 대변인은 자사는 지난 18개월간 상승행진을 이어왔다며 최근 상황은 위기가 아니고 보통 잘 나가는 기업들이 겪는 조정국면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업계의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오라클의 최근 주가하락이 기술주들이 흔히 겪는 봄맞이 조정이라든지 투자가들의 일시적인 반발매도세에 기인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외부인에게 사임한 레인 사장은 오라클의 「나침반」이었다. 엘리슨 회장이 전투기 조종사도 될 수 있고 쇠파리도 될 수 있는 몽상가였던 반면 레인 사장은 대형 고객들과의 관계를 정립시키고 회사에 프로근성을 주입한 출중한 능력의 실무 책임자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전문가는 『그 동안 오라클이 펼쳐온 레이와 래리쇼는 두 사람이 음양의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했기에 술술 잘 풀렸다』며 『예지력을 지닌 엘리슨 회장은 최고경영자로 더할 나위 없는 인물이지만 회사의 일일 업무를 꾸려나가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맞춰 재단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오라클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도자는 일상 업무를 매끄럽게 이끌어갈 레인 사장과 같은 실무형 경영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많은 게 변했고 오라클의 전체 포커스도 래리 엘리슨의 예지력이 요구되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이제 오라클은 운용체계와 서비스보다 비전과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쪽에 치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