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는 소규모의 개발팀을 조직해 두 달 안에 새로운 환경에 맞는 아키텍처를 결정토록 했다. BP의 3개 사업본부 중 하나인 BP 익스플로레이션은 즉시 구축기금을 집행했고 가을까지 COE 데스크톱의 1차분 교체를 완료했다. 그리고 BP 경영진이 HP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지 1년이 조금 지난 후 BP 익스플로레이션부는 교체작업을 마무리지었다.
97년 중반까지 BP 전세계 사업부를 통틀어 절반 정도가 COE 데스크톱으로 교체했으며 작업은 그 해 말까지 모두 완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COE는 분열의 법칙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은 6∼9개월마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되 중앙의 공급 포인트에서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듬해의 목표는 3만5000대 데스크톱의 업그레이드 버전 배포에서 설치완료 기간을 한달로 줄이는 것이었다.
COE작업은 지금까지 BP가 수행했던 가장 성공적인 정보시스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에 만족한 정도를 지나 아주 열광적이었다. 전자우편 시스템은 통일돼 「빛의 속도」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프로젝트팀장 피로즈 다루카나발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메시지가 전세계로 전달되는 데는 몇 분이 아니라 몇 초면 됩니다. 어떤 때는 온라인 대화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는 또 표준화가 BP 임직원에게 새로운 의미의 일체감을 주었다고 했다. 『전세계의 어떤 BP사무소에 있어도 두번만 클릭하면 내 책상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한번은 컴퓨터를 켜는 데, 또 한번은 이더넷 케이블에 연결하는 데 필요하죠. BP사무소가 없더라도 그 중 한 군데에 전화만 하면 됩니다. 그래도 시내전화요금밖에 안나오거든요.』
관리자들은 이제 여행할 때 랩톱컴퓨터를 가져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과도 미팅을 한다. 다루카나발라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제게 「COE정신이 이 방안에서 느껴지고 있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오면 COE가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술의 미래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몇몇 경영진의 변화에 대한 통찰은 산업시대 기업의 운영모델을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직원간의 상호작용에도 새로운 채널을 열어 놓았다. 이는 또 기업에 대해서도 보다 평면적인 조직으로의 이행을 촉진시켰다. 이와 함께 정보시스템 부서가 회사를 위해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경영진의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BP의 COE가 킬러앱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회사가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하고 구축하는 데 드러난 속도와 용이함은 그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이 책의 시작과 끝을 전형적인 산업시대 기업으로서 디지털시대를 향해 무섭게 전진하고 있는 BP로 장식하게 되었다. 즉 본사의 참여도 없이 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략의 사례를 드는 것에서 얘기가 시작됐다가 그로부터 1년 뒤에는 경영진의 리더십에 관한 얘기로 발전한 것이다.
규모, 지역, 연혁을 불문하고 기업들이 새로운 세계에서 살기로 결정한다면, 그리고 디지털 프런티어를 향해 기꺼이 여행을 떠나 그곳을 지나는 것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에게 확실히 보여줄 지도자가 있다면 무어의 법칙, 멧칼프의 법칙, 코어스 경제학은 분열에서 통합으로 바뀔 것이며 기업들이 혼돈에서 질서를, 낡은 정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다루카나발라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방문객들은 계속해서 ROI(Return On Investment)를 계산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바로 비전에 기반해 1억5000만달러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9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