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5)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5>

『당신이 우리와 함께 사업을 하기를 원한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번째는 당신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동화시스템 프로그램으로 러시아의 소비재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는 사업입니다. 아직도 러시아에는 생필품이 절대 부족합니다. 그것은 그 동안 생필품에 대한 투자설비가 빈약해서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였고 개방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생산설비를 할 만큼의 자본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생필품 생산설비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에 대해서 당신 회사의 참여를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알렉세이비치가 말한 대로 우리의 군사 무기라든지 우주항공기술이 당신의 PCMS와 접목되면서 새로운 자동화 체계를 생산해 내는 일입니다. 그것은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 되지요.』

라스토푸친은 길게 토론할 것 없이 결론을 내었다. 그것은 마치 자본과 기술을 대고 러시아로 오라는 말 같이 들렸다. 그러면 세계적인 첨단기술이 보장되어 있는 군수산업과 우주항공산업의 기술을 제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투자를 하고 기술을 제공했을 때 내가 원하는 군수산업과 우주항공기술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들이 제시하는 것을 거절하기도 어렵고 취하기도 어려웠다. 일단 탐색을 한 다음 결정을 하기로 했다.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일을 점진적으로 검토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도록 하지요. 지사를 두어 실무자간에 접촉을 하면서 무엇을 사고 팔아야 하는지, 같이 일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러한 것들을 점검하겠습니다.』

『시장조사를 하겠다는 것인가요? 자본주의 기업가들은 무엇을 하기 전에 반드시 시장조사를 하더군요.』

알렉세이비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자주 웃었지만 그 웃음 저 안쪽에는 어떤 비수가 숨겨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일종의 이중성을 느끼게 하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구 소련사람에 대한 이중성이 잠재적으로 그를 그렇게 보게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웃는 얼굴과 눈빛이 상반되어 보였다. 그때 창밖 눈 덮인 언덕으로 나타샤와 알렉세이비치의 아내가 말을 타고 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들은 언제 밖으로 나갔는지 승마를 하고 있었다. 온통 눈으로 덮여 있는 숲 속으로 그녀들은 천천히 말을 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