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6)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6>

『모스크바에 지사를 두고 기업투자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것을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서 돈 벌 궁리를 해봅시다. 사우나를 하든 러브호텔을 하든 아니, 컴퓨터 산업이 아니고는 안 하신다고 했으니 사우나는 소용이 없겠군요.』 알렉세이비치는 익살을 부리는 어투로 말했다. 『우리도 밖으로 나가서 말을 탈까요?』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 뒤쪽으로 나가자 복도로 이어진 건너편에 조그만 집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 한 명이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한쪽에 탈의실이 있었다. 라스토푸친과 알렉세이비치가 겉옷을 벗으면서 나에게도 옷을 벗고 승마복을 입으라고 했다. 나는 말을 탈 줄 모른다고 사양을 했지만 경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고 하면서 권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승마복으로 갈아입었다. 밖이 추웠기 때문에 방한복으로 입었다. 승마화를 신고 채찍을 들자 갑자기 말을 타고 마구 달리고 싶은 묘한 충동이 일어났다.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서 축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 마구간에는 십여 마리의 말이 있었다. 마구간에는 빨간 머리의 스무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가 먹이를 주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 그녀는 인사를 하였다.

우리는 말을 골라서 끌고 나왔다. 나는 미국에서 유학을 할 때 승마를 배웠다. 그리고 자주 말을 탄 일은 있지만 그로부터 이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말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십년 전의 일이니 초보자나 다름이 없었다. 말을 타는 나를 지켜보던 알렉세이비치가 말했다.

『말을 타는 폼을 보면 승마경험이 있는지 없는지 압니다. 당신은 상당한 숙련자 같습니다.』

『그것은 오해입니다. 이십년 전에 미국에서 유학시절 탔었지만 그 동안 말을 타지 않았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여자를 타는 일과 말을 타는 일은 한번 경험하면 아무리 오래되어도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그 말을 하고 크게 웃었다.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니어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말을 타고 숲속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말은 입김을 내뿜으면서 움직였다. 내가 탄 말은 가볍게 엉덩이를 흔들면서 경쾌한 동작을 취했다. 말의 몸놀림을 보면 그 말의 성격을 알 수 있는데 내가 탄 말은 약간 성질이 급한 말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달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염려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앞서 가던 두 사람이 말 걸음을 빨리 했기에 나는 따라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속력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