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많은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새로운 노동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이 같은 풍토는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현상이다. 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면 자신이 받은 주식의 가격을 높이는 것이 한꺼번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직원들 스스로가 밤샘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벤처업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아주는 한 벤처기업이 노동부의 개입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까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알려진 정황에 따르면 이 회사는 그 동안 각고의 노력끝에 사업 본격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종 점검차 마련한 워크숍 장소로 이동하던 도중에 직원들이 죽거나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같은 불의의 사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회사에게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노동부의 개입이었다. 노동부는 워크숍 일정을 휴일에 잡았다는 이유로 노동력 착취 문제를 들이대며 회사를 몰아붙였고 결국 이 회사는 그 동안 애써 준비해온 사업을 시작도 못해보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벤처기업의 현실은 노동법을 들이대면 이에 저촉되지 않는 기업이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아예 사무실에 침구까지 가져다 놓고 직원들이 침식까지 회사에서 해결해가며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혹자는 일 자체가 좋아서 밤을 새가며 일하고 또 다른 혹자는 향후 얻게 될 부를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이 같은 벤처기업의 활동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인식 아래 정부 차원의 벤처기업 육성책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벤처기업의 사고를 대하는 노동부의 조치는 이런 현실과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이 같은 노동부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내의 모든 벤처기업이 기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은 벤처기업의 노동력 착취를 운운하기보다는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벤처기업과 벤처기업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생활전자부·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