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카탈로그 구축을 위한 제언

벤처넷 고문 박동준 tjpark54@netian.com

호주 식료품업계는 자국의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 공급망 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국가간에도 상호 연계할 수 있는 국제표준에 입각한 전자카탈로그를 구축, 운영해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상품이나 기업 정보의 무결성(Integrity of Data)이 보장돼 전자적으로 거래할 때 오류를 크게 줄이고 상품관리에서도 서류작업이 감소하는 효과를 올렸다.

특히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상품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단일 창구가 마련돼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상품정보를 등록하고 유통업체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또 표준화한 상품 식별과 데이터 교환방식을 사용, 리드타임을 대폭 감소시키고 물류경비를 줄이는 등 전체 공급 체인망의 효율을 크게 개선했으며 다양한 정보기술과 선진 유통, 물류기법을 접목시켜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의 경우는 어떤가. 국가간 전자카탈로그의 연계는 차치하더라도 업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부재로 사이버 쇼핑몰이나 제조·유통업체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상품 데이터베이스나 전자카탈로그를 제작·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카탈로그 제작에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고 수백개에 이르는 거래처에 상품정보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상거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무결성이 훼손돼 오류가 빈번히 발생하고 정확도도 떨어지는 등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분야 표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앞으로 적지않은 혼란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에 전자상거래 기반의 초석이 되는 전자카탈로그를 구축하는 데 고려되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자카탈로그의 주된 사용자는 기업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계몽활동을 전개해 전자카탈로그 표준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특히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표준 채택에 이어 투자가 뒤따라야 하므로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지원이, 산업차원에서는 업체간 협력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산업이나 업종에 따라서는 일부 다른 요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자카탈로그의 기본구조는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준비 정도와 난이도에 따라 업종별 단계적인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식품·잡화의 경우 전자카탈로그 국제표준도 발표됐고 많은 국가가 구축·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업체도 표준 구성항목인 상품코드와 물류코드를 비교적 많이 사용하고 있으므로 식품·잡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국내 일부 단체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전자카탈로그를 사실상 산업표준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의욕은 높이 살 만하나 현실성이 다소 결여된 계획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대목에서 지난 98년부터 전자부품과 정보기술산업의 업체간 전자상거래 인터페이스 표준을 개발해온 미국 소재 비영리 컨소시움인 「로제타넷」은 2여년의 연구 끝에 올해 2월부터 식별표준으로 국제표준인 EAN/UCC를 채택했는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식별표준없이 구사되는 어떠한 공급체인망 기술도 단지 기존의 비능률만 가져올 뿐』이라는 로제타넷의 관계자 말은 우리 모두가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아무튼 전자카탈로그는 비즈니스 시각에서는 간단한 개념이나 개발하고 구현하는 관점에서는 상당히 복잡하므로 인식개선 등 사전 정지작업→시스템 구축 →시범사업 전개→이용 확산의 단계를 밟아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