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우터 시장 이상열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라우터가 스위치 시장규모를 앞지른 나라.」

라우터의 초강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네트워크 부문 경기전망을 보면 지난 상반기 국내 라우터 시장규모는 근거리통신망(LAN) 시장의 52.4%인 238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스위치 시장은 1367억원의 시장을 형성, 전체 시장에서 30%에 머물렀다.

올해 전세계 LAN 시장에서는 라우터가 30%, 스위치 시장이 53%의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시장과 정반대의 독특한 시장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

이 같은 역전현상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 98년까지만 해도 스위치 시장이 라우터 시장규모보다 10% 이상 앞서갔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라우터 시장이 4% 정도를 앞서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20% 이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이기순 이사는 『1Mbps 이상의 대역폭을 요구하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를 충족할 수 있도록 기간망 라우터 구매를 크게 늘린 것이 주 요인』이라며 『특히 스위치 분야는 해외업체간 또는 해외업체와 국내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으나 라우터는 사실상 독점형태여서 가격인하 요인이 낮은 것도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의 김영훈 사장은 『국내 네트워크 시장을 기업이 주도하기 보다는 초고속인터넷 붐에 따라 통신사업자와 일반인이 주도하고 있어 이러한 결과를 낸 것 같다』며 『사이버 아파트, 게임방 등 전용선 사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내에 이 같은 이상 열기가 계속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기순 이사는 『통신사업자간 속도 논쟁 등으로 올해 라우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내년에는 정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기업의 네트워크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정상궤도에 올라서면 라우터와 스위치 시장의 역전현상은 원상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통신의 경우 내년부터 국내 인터넷 수요 일부를 비동기전송모드(ATM) 장비로 구성된 초고속국가망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을 수립하는 등 일부 통신사업자도 통신망 구조 개선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여 라우터 시장이 올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