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사이버아파트시장

올해 초만해도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전망됐던 사이버아파트사업자와 자체 가입자를 가진 중소 초고속 ISP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회선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매출구조와 벤처위기론에 이어 불어닥친 자금난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장비업체는 물론, 이들을 통해 회선임대사업을 확대해온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산업은 향후 M&A나 전략적 제휴 등 구조조정이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아파트 및 중소 ISP 현황=사이버아파트사업자는 지난해 말부터 급속히 불기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 열풍과 HDSL 등 초고속 구내 LAN 기술을 발판으로 급성장했다.

서울, 수도권에만 20여개, 전국적으로 40개에 가까운 사이버아파트서비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얼마 전까지만해도 벤처캐피털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1, 2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업체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또 사이버아파트서비스업체 외에도 자체 망을 발판으로 가입자를 모집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중소ISP)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업계 전반에 구조적인 경영악화 및 자금수혈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최근에는 사이버아파트 좌초설마저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입자를 가진 중소ISP사업자나 사이버아파트사업자들은 대기업, 기간통신사업자와의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덧붙여 고정비용 축소 및 가입자 밀집도를 높이는 방향의 새 전략을 수립하는 등 위기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장비업체들도 위기의식 고조=사이버아파트사업자나 가입자형 중소ISP의 위기는 장비업체에도 서서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최근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사업자에 장비를 공급키로 한 A사는 그 회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그 회사에 회선을 공급하는 전용회선사업자와 장비공급계약을 체결했다. A사 측은 이전까지만 해도 사이버아파트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시중자금 경색에 따라 자금회수가 맘에 걸려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중소ISP가 주 시장인 장비업체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장비를 주자니 대금회수가 신경쓰이고 그렇다고 주 시장인 이들 업체에 장비를 공급하지 않을 경우 매출감소가 눈에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삼보정보통신, 기가링크, 슈퍼네트 등 홈PNA 장비개발 및 공급업체들은 최근 지난 상반기와는 달리 채권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으나 매출이 줄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장비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나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며 『중소ISP나 사이버아파트사업자를 유심히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속내를 비췄다.

△원인=사이버아파트나 중소ISP업체들이 어려워진 이유는 당초부터 제기됐던 수익모델이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T1회선(1.544Mbps)을 임대하는 데는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월 35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한 가입자당 3만원의 요금을 받는다고 가정해도 120명을 모집해야 겨우 회선료를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럴 경우 가입자들이 느끼는 속도는 가입자가 몰리는 저녁시간에는 겨우 아날로그 모뎀 수준에 그치게 돼 품질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소ISP나 사이버아파트사업자들은 중장기적으로 콘텐츠, 부가사업 등을 통해 보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구조적인 위기로 이어지게 됐다.

△향후 전망=업계에서는 시장 차원의 구조조정은 한 번은 거쳐야할 수순으로 보고 있다. 그 동안 너무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는 바람에 만성적자를 불러오는 가격경쟁과 품질저하로 이어졌고 결국 전체적으로 시장 신뢰를 상실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ISP나 사이버아파트사업자들도 이제는 보다 명확한 수익모델과 생존방식을 찾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최약지에 대한 공동 마케팅, 전용선 인입 아파트에 대한 공동 가입자 모집 등 특단의 자구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사업적 필연관계를 맺고 있는 전용회선사업자와의 효과적인 사업결합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시급하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무너질 경우 회선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자금사정이 넉넉한 기간통신사업자가 이들의 활로를 터주는 조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