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수출 호황의 명암

상반기중 반도체 수출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상반기 수출실적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이 기간에 큰폭으로 증가하여 전년 동기대비 31.8%가 늘어난 11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지난 96년 상반기 실적 103억달러를 16% 가량 능가한 것이다.

또한 이 기간 반도체 분야 무역수지는 수입액이 95억달러 선에서 멈춤으로써, 단일 분야로서는 최대인 2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한다. 24억달러는 같은 기간 전체 무역수지 흑자인 42억5000만달러의 56%에 해당하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일은 이같은 호황세가 올 하반기에도 그대로 이어져 상반기 실적을 능가하는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덧붙여 데이터퀘스트와 같은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들도 세계반도체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이 올 3·4분기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당국은 올해 반도체 총수출액이 지난해 202억달러보다 26% 이상 증가한 255억달러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올 한해 전체 수출목표치인 1700억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5%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어서 반도체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제1의 수출분야로서 위치를 확고하게 굳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품목별로도 주력인 메모리 외에 세계시장의 확대에 따라 비메모리·개별소자 등이 골고루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그동안 취약했던 비메모리 분야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수출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주력품목인 D램의 생산량이 세계시장의 수요 폭발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D램을 메모리장치로 이용하는 PC 등 정보기기의 세계시장 공급량이 크게 팽창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반도체 수출증가세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긍정적인 면만큼이나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평균 수출단가가 전년대비 19%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량이 31%나 증가한 것은 우리의 반도체 수출구조에 적지 않은 왜곡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즉 수출의 확대가 단순 물량 증가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출의 증가세가 반도체 장비나 소재의 국산화 등 관련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닌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단기 신규설비 투자에조차 인색한 것도 지적받을 만한 사항이다. 데이터퀘스트가 예측한 대로 세계반도체시장은 앞으로도 최소한 2∼3년 동안은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도 기업들은 IMF상황이라는 이유를 들어 지난 97년부터 신규투자를 자제해왔다. 더욱이 2001년까지는 신규라인의 건설계획도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적극적인 공급확대 전략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신규투자 등에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함으로써 최소한 2∼3년 앞의 시장수급동향에 대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당국 역시 수출의 외형증가에 쏟는 관심만큼이나 수출내역이나 수입구조에 대한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