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소비자주권시대>2회-통신사업자와 소비자

자본주의에서 상품 생산과 판매는 생산과 소비라는 두 가지 형식을 갖춰야만 완전해진다. 생산과 소비 두 가지 특성을 고루 갖출 때 비로소 한 사회구조를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이들 둘 사이에서는 기업의 영리추구와 소비에 따른 만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이 생겨난다.

이 같은 구도는 유무선 전화, 별정통신, 부가통신, 방송 등 통신망을 이용한 모든 종류의 통신서비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통신서비스를 이끌어가는 양대축은 통신사업자와 소비자다. 이들의 관계는 보이지 않는 전파에 대해 요금을 지불하고 구매함에 따라 관계가 정립된다. 통신서비스에서 소비행위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신서비스의 진보와 확산은 불가능하다.

미래 고도 정보화 사회로의 진전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선택을 막는 장애요인이 발생한다면 해당 통신사업자는 퇴출될 수밖에 없다.

큰 시각으로 본다면 통신시장에서의 소비자 문제는 통신서비스를 구매하고 이용하는 데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지칭한다. 소비자가 직접 통신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행위가 자신의 소비생활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이 역시 소비자 문제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특정회사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전송속도는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메일을 받는 다른 인터넷 사용자에게도 문제가 된다. 통신서비스가 가지는 사회적 파장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른 통신서비스의 지속성, 기술저하 등은 중대한 소비자 문제다.

작은 개념의 소비자 문제는 소비자가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문제 등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단말기 보조금 폐지, 통화불량, 불량단말기, 비싼 요금, 서비스 종류와 내용, 과장광고, 연체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비자가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때 기대치와 만족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소비자 불만은 서비스 구입 이전의 정보제공단계, 계약·구매 단계, 사용·소비 단계, 사용 후 단계 등에서 두루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통신서비스는 「모든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야 하며 부담없는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보편적 서비스, 경제적 서비스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통신서비스에서 소비자 불만은 몇 가지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 첫째 독점상태거나 독과점 시장구조 등으로 인해 불완전한 경쟁상태를 이룰 때 발생한다. 이러한 독과점적 시장구조로 인한 소비자 피해로는 독과점적 가격지불, 공급독점자 우월적 지위남용 등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한국통신, SK텔레콤이 유무선 전화 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때 많은 폐해가 발생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동전화단말기가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사용요금이 10초당 수십원에 이르는 요금제도는 바로 독점적 시장구조에서 발생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기업결합,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 등이 세간의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독과점체제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통신서비스 이용자에 관련된 문제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는 불량통화, 도청 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통신사업자와 서비스 가입자는 계약에 의해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불하는 금액에 맞는 서비스 품질, 개인정보 등을 보호받아야 한다. 불법도·감청, 명의도용 문제는 단순한 문제라기 보다는 개인의 사유재산인 통신권리 도난이라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셋째 통신서비스 품질과 그에 따른 적정가격 산정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통신서비스는 무형의 존재이므로 통신품질에 대한 계량적 평가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통신서비스에 대한 적정가격 산정, 통신품질 저하에 따른 소비자 보상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전용회선, 기지국, 시스템 등의 불안정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일부 보상이 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발생하는 통신피해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 서비스 공급과 동시에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서비스 계량적 평가나 가치평가 등이 어렵다.

사업자 중심의 일방적인 요금산정도 문제다. 소비자 단체들은 국내 유무선 요금제도가 경제원가를 사용하지 않고 회계원가를 사용하므로 서비스별 원가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발생비용을 모두 요금원가로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금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소비자 단체들이 통신서비스 요금 인가시 소비자 대표를 참여시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라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폐지 이후 앞다퉈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통신서비스 양대축인 사업자와 소비자의 의견을 동시에 반영하자는 몸짓이기도 하다.

통신사업자는 아직까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는 데 인색하다. 사업자마다 고객센터를 설치해 소비자 불만을 접수하고 있지만 보상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물론 보상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소비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 형식만을 갖춘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 보편적 통신서비스 제도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고 통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 하고 있으나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