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해 이맘때 국내 택배업체의 수는 약 50개였다. 이것이 지난해 후반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약 150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자고 나면 경쟁업체가 생겨났다』는 한 중소 택배업체 사장의 말처럼 현재 택배업체는 난립과 포화상태다.

택배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나눠먹을 파이가 커지긴 했지만 오히려 입이 늘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힘센 대기업 계열의 택배회사들이 막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속속 택배시장에 뛰어들면서 작아진 파이조차 찾아먹기 힘들어졌다.

중소 택배회사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막막하다. 미래를 보고 적자를 감수하며 끌어온 회사에 다시 빚을 내 첨단 시스템과 장비를 도입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중소 택배업체의 시스템은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소비자나 업체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마는 게 현실이다.

업계는 중소 택배업체를 위한 물류센터 건립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대기업 택배회사들이 중소 물류업체가 벌어먹고 사는 터전인 전문 택배시장과 조그만 틈새시장까지 뺏으려 한다고 불만이다.

그러나 정책적 지원과 경쟁업체에 대한 불만에 앞서 중소 택배업체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택배시장에서 시장선점과 서비스 강화, 배송시간 등 중요한 부분이 많지만 무엇보다도 물류비용의 절감이 가장 선행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중소 택배업체는 여러 조건에서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류비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동종 중소 택배업체와 손잡고 공동물류망을 형성, 물류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물류 전문가의 지적이 많다. 하지만 서로 먹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서로 우위에 있다는 불확실한 자존심 때문에 중소 택배업체간 공동물류망 형성은 좀처럼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향후 시장규모가 더욱 커질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더욱 치열해질 시장내 경쟁상황을 냉정히 직시하고 중소 택배업체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물류공동망 형성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