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를 겨냥한 개정 저작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개정 저작권법이 공표됐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업계와 일반이 겪은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문화관광부가 뒤늦게나마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해를 돕는 데 나선 것도 이같은 비판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자로 공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당초 마련된 개정 저작권법과 통합해 총괄적으로 정리한다면 디지털로 대변되는 대내외적 저작권 환경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 저작권법이 「전송권 신설」 「전자도서관 구축 허용」 「공연·방송 개념 재정의」 「사적복제범위의 제한」 「저작물 활용 방안 선진화」 등으로 주요 조항이 개선되긴 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디지털기술환경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욱이 전자도서관 구축사업의 경우처럼 상위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디지털화 작업을 하위 시행령에서 각종 단서 조항들을 달아 제약을 두고 있어 앞으로 법적용 과정에서 상당수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송권 신설과 복제전송권관리센터 역할 = 개정 저작권법중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인 「전송권」(제18조2항)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유무선을 막론하고 저작물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반드시 얻어야 하는데 저작권자 정보와 권리관계 해결을 위한 중간관리체계 없이는 전송권이 자리를 잡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설립된 복제전송권관리센터는 단순히 시중복사점의 저작물 복사 이용허락 및 저작권 사용료 징수업무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집중관리기구가 없는 저작물들의 전송권 관리도 맡아 이용자들의 원활한 저작물 이용을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복제전송권관리센터의 사단법인 인가과정에서 이같은 사업내역을 정관에 반영하고 이를 세부 시행령에 다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도서관 구축사업 허용과 제한 = 개정 저작권법에는 도서관에서의 디지털 복제 및 상호전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제28조2항)이 신설됐다. 그러나 시행령 제3조에서는 이같은 전자도서관이 가능한 곳을 국립중앙도서관·국회도서관·법원도서관 등 국립도서관과 공공목적을 띠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과학기술원·산업기술개발원·연구개발정보센터 등으로 정확히 단서조항을 달면서 당초 예상보다 그 폭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결국 LG상남도서관 같은 사설도서관은 전자도서관을 구축하려면 저작자의 허락을 일일이 받지 않고서는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어서 반발이 예상된다.
또 앞선 전자도서관들도 시행령에 따라 컴퓨터 화면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복제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하고 다른 도서관으로 전송할 때에는 반드시 암호화 등 기술조치를 탑재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연·방송 재정의 = 종전에는 차단된 구역에서 음을 증폭·송신하던 것을 방송이라 보았으나 개정법에서는 법적 의미가 약한 물리적 차단 여부 대신 동일한 자의 점유에 속하는 제한된 장소를 공연의 개념으로 정리했다.(제2조 제3호 등)
이에 따라 백화점·호텔 등에서의 판매용 음반의 이용을 공연으로 규정해 권리관계 처리가 어려웠으나 시행령 제2조에서 다시 이를 면책적용 예외규정을 둬 판매용음반보상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리했다.
결국 상위법을 현실 적용에 맞추기 위해 시행령으로 보완했지만 끼워맞췄다는 비판이다.
◇저작권 등록범위 확대 및 위탁관리 = 저작권으로 등록이 가능한 저작물을 확대하고 저작자의 정보가 불명확하고 저작자와 연락이 닫지 않은 경우에도 저작물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법정이용허락제도를 도입했다.(시행령 제6조)
하지만 저작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관계를 입증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조항을 악용한 저작권 침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도 저작권 등록업무 및 법정허락업무를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에 위탁하도록 했지만 인력보강 및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마련되지 않으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 저작권법이 현실상황에 맞게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꾸준한 보완작업과 디지털 저작권법으로의 부단한 개정 노력이 지속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