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불법복제의 천국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인터넷의 장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인터넷 가상공간은 최근 불법 복제된 음악과 게임·영화 파일을 전세계로 유통시키는 창구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등 그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약 2000만명의 회원을 가진 온라인 음악 사이트 냅스터(http://www.napster.com)를 즉각 폐쇄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상황에서 최근 음반은 물론 게임과 영화까지 대량으로 뿌릴 수 있는 복제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어 전세계 음반 및 게임, 영화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을 비롯한 첨단산업계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해주는 C넷(http://www.cnet.com)과 레드헤링(http://www.redherring.com) 등 외신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올해 17살짜리 프로그래머인 제프리 프리먼이 최근 게임기용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네티즌들끼리 무료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이트인 스와푸넷(http://swapoo.zophar.net)을 개설했다.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게임 소프트웨어를 「울트라HLE」와 같은 게임기 에뮬레이터로 돌리면 게임기가 아닌 PC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스와푸넷은 선보인 지 불과 1∼2주일 만에 벌써 2만여 건의 접속횟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 게이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닌텐도를 비롯해 소니와 세가 등 게임회사들이 이 웹사이트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바다 건너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업체들 사이에는 최근 최악의 「공포 물」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최근 개봉된 영화를 인터넷으로 즐기는 네티즌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지 레드헤링이 「해적판 영화의 지하시장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 말쯤에는 하루에 100만 카피 정도의 영화가 불법적으로 유포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최근 이 잡지가 주관한 「헤링 온 할리우드」라는 세미나의 주제도 음악과 게임, 영화 분야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온라인 불법복제 문제에 모아졌다. 전세계에서 수백만 컴퓨터 사용자들이 MP3나 냅스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반과 게임, 영화 등을 불법으로 복제하는 상황을 방치하면 연예·오락 등 예술계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화 업계도 디지털 영상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 제작업체들은 최근 지하 컴퓨터 해커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웹매거진 「2600(http://www.2600.org)」의 발행인이자 컴퓨터 저널리스트인 에릭 콜레이를 제소했다.

영화 제작업체들은 콜레이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의 내용을 복사해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등에서 활약하는 분석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온라인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정면으로 충돌하기 일보 직전에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로 EMI와 소니, 유니버설 등 메이저 음반회사들이 최근 음악파일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계획을 잇달아 발표, 관심을 끌고 있다. EMI는 9월말부터, 또 유니버설과 소니도 각각 올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저작권 보유 음악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키로 하고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EMI는 이를위해 시범적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100여개 음악앨범을 음반 소매판매 사이트에서 유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유니버설도 최근 60곡의 음악을 10여개 관련 사이트에 띄우고 1곡 당 1.99달러에 시범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판매가 본격화되면 음악팬들은 저렴한 비용부담으로 노래는 물론 가수들의 사진과 그림, 가사까지 제공받게 된다. 이들 음악은 암호화된 포맷을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돈을 지불한 사람만 들을 수 있으며 전자우편 등을 통해 교환될 수 없다.

음반회사들의 인터넷 사업참여 움직임은 특히 이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와 냅스터가 최근 몇달 동안 인터넷을 통한 음악유통을 둘러싸고 치열한 저작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그 대응책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 동안 정보화에 뒤져있던 음반·게임·영화업계가 불법복제라는 복병을 만나, 인터넷 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세계 인터넷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