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품·소재산업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발전특별법(안)을 만들어 10일자로 입법예고키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조치다.
지난 80, 90년대를 거치면서 국내 부품산업은 양과 질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일본이나 유럽 등으로부터 수입하던 많은 부품들이 국산화됐다. 특히 그 가운데에는 고기능 제품이 적지 않아 우리의 부품산업은 선진 수준으로 진입하는 듯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부품업체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조차도 핵심부품 개발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이나 투자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사회 분위기가 벤처기업이나 닷컴기업에 집중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부품산업은 굴뚝산업쯤으로 여겨지면서 소외됐다. 이같은 결과는 부품업체 종사원들의 사기까지 떨어뜨려 많은 인력들이 떠나 산업의 체질이 허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재산업도 부가가치는 높지만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크고 회임기간이 긴 특징 때문에 기반이 극히 취약했는데 그 역시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그나마 투자하려 했던 업체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들은 조만간 다시 70년대 이전처럼 저가·중저급 부품이나 소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 통계를 보더라도 전자·정보통신 제품 수출증가율보다도 부품 수입증가율이 높다는 게 그 실상을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 마련은 정부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데 이은 것이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더라도 정부의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육성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 자체로서도 작지 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산업자원부는 이번 특별법을 통해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 일관성있게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법안은 기존 법령으로 신뢰성 평가기반 구축이나 보험제도, 시장 친화적 기술개발 등 실현하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번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국내 부품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장애가 돼 왔던 제반 요소들을 다시 한 번 찾아서 정비하기를 기대한다.
기업의 인수나 합병이건 또 신규 진출이건 간에 구조조정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그것이 성사되기 어려웠던 사례가 더러 있었다. 이같은 점은 이번 특별법에는 다 담지 못한다 하더라도 하위법령에서 처리함으로써 국내 부품·소재 산업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부품·소재 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는 우리에겐 선결과제다. 특히 부품·소재에 대한 신뢰성보험은 그것의 취지를 잘 살린다면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이와 아울러 부품산업계의 숙원인 정보를 효율적으로 습득·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대표적인 기구가 하나쯤은 마련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