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 경제와 교수 창업의 의미

안준모 건국대 경영·경영정보학부 교수

최근 대학교수의 창업과 관련해 찬반 양론이 대두되고 있다. 한 일간지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교수들은 찬성 36%, 반대 35%, 모름 29%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교수 창업이 실제로 활성화하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경과한 현 시점에서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속단이라 생각한다.

교수 창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살펴보기 위해 교수가 속한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이에 따른 교수의 역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이 사회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 소화해야 하느냐는 대학의 존립 근거에 대한 원초적 질문이며 항상 숙고해야 할 논점이다. 특히 최근 교수 창업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는 이러한 측면에서 신중히 토의되고 당사자간의 공감대가 이루어져야 할 매우 중대한 이슈다.

왜냐하면 벤처기반 경제시스템은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며, 한국이 21세기 글로벌 디지털경제 패러다임에서 생존하기 위한 국가전략적 차원의 해결방안이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교수가 갖는 사회 경제적 특성은 무엇일까. 교수 창업에 대한 판단은 대학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요구하고 있느냐에 대한 한국적 특성을 먼저 통찰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박사급 인력이 연구소·대학·일반기업체 등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으나 한국의 경우 아직도 대학과 일부 국책연구소에 박사급 인력이 편중되어 있는 지적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학은 현재 지적자산의 보유 측면이나 향후 지적자산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현재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지적자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활용하고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의 열악성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학내의 벤처창업 환경조성은 지적인 도전의식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환경적 요인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필자는 믿고 있다.

또 우리가 유의해야 할 사실은 한국의 경우 몇몇 대기업연구소와 국책연구소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원천기술에 대한 연구력이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향후 한국경제가 직면하게 될 치열한 해외기업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원천기술과 혁신적 상품 개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지 의문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한국의 경제, 사회적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대학의 역할은 향후 첨단산업의 발전과 벤처기업 육성 정책의 핵심에 놓여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원천기술 개발과 이에 근거한 창의적 벤처기업의 요람으로서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 대학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더불어 교수 창업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대학교수가 지니는 직업적 특성을 간과할 수 없다. 대학교수직이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가장 주요한 역할특성은 자율성·다양성·창의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교수 창업에 대한 비판적 견해는 창업으로 인한 교육과 연구의 상대적 취약현상을 우려한다. 각 대학이 추구하는 비전이 무엇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장단기 목표가 무엇인지는 각 대학의 전략에 따라 다양하게 도출될 수 있다. 만약 순수한 교육위주의 대학이라면 교육의 수월성을 교수의 평가기준에 다양하게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는지 다양한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이를 교수의 승진, 업적평가, 보수체계에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대학의 이해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단순히 창업자체에 대한 부정적·긍정적 판단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교수 창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각 대학의 상황에 따른 자율 결정을 명시화하고 있다. 결국 이는 각 대학이 추구하는 대학의 비전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벤처창업 및 지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 창업은 디지털시대에 격변하는 대학의 역할을 고려한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차원에서 각 대학과 교수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