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속의 태풍이냐, 연쇄탈퇴 전조냐.」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과 관련, 몇몇 회원사들이 협회탈퇴 의향서를 제출하는 등 내홍에 휩싸여 있다. 최근 임시운영위원회와 IMT2000사업 참여회원사 전략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집안단속과 공동대응을 강조해온 PICCA로서는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통신·SK·LG 등 3개 거대사업자들이 제각각 컨소시엄 레이스에 나서면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이 PICCA는 그야말로 창립 이후 최대의 시련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PICCA는 회원사들에게 시간이 있을 때마다 『업체 개별적으로 움직였다간 덩치 큰 사업자들에게 단물 쓴물 다 빼앗긴다』면서 조급증을 떨쳐버릴 것을 강조해 왔다. 특히 중소·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부시책을 들어 모종의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다시피 해왔다.
하지만 탈퇴의향을 갖고 있는 S·N·M·A사는 현실론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업체 사장은 『PICCA가 자력으로 IMT2000사업권을 획득하기 어렵게 된 이상 대기업들이 받아들일 때 그들의 우산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도 묘안일 수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회원사들이 PICCA를 대안적 힘을 갖춘 조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PICCA가 한국IMT2000컨소시엄의 핵심세력으로 부상하고 한편으로는 숨죽이고 있던 중소·벤처업체를 IMT2000사업권 향배의 중심으로 이끌어내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업참여 회원사에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했고 조직결집을 위해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PICCA가 뒤늦게 IMT2000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회원사를 11일까지 추가로 받아들이기로 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모래알은 그대로 두었을 땐 물과 바람에 쉽게 흩어지지만 시멘트를 만났을 때 더없이 단단한 콘크리트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다시 새겨볼 일이다.
<정보통신산업부·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