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중으로 민간주도의 전자거래시장 표준화 추진체계를 구성하여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필요한 전자문서 등의 표준화 작업을 벌여 나간다는 소식이다. 또 연말까지 전자·기계 등 9개 업종별 전자거래시장(e마켓플레이스)을 민관합동으로 구축하여 이를 여타 업종의 벤치마킹 모델로 제시키로 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올 들어서만 이미 100여개의 전자거래시장이 설립되고 거래과정에서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표준화 등을 통해 그동안 지적돼 왔던 여러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B2B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방침은 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나아가서는 각종 정부 지원책들이 전자거래환경에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며 업종간 거래 및 국제간 교역에서도 호환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주재한 산업부문 전자상거래 종합추진단 제2차 회의에서 확정한 표준화 대상 전자문서를 보면 수발주문서·견적서·세금계산서 등이다. 여기에 더해서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부품 및 자재의 분류체계 및 코드에 대한 표준화 작업도 함께 병행키로 했다고 한다. 특히 분류체계 및 코드 표준화는 최종목표인 카탈로그 표준화를 위한 전 단계로서 여러 가지 복잡한 논의와 연구과정이 요구되는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B2B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는 우선 오프라인상의 기업관행이 전자거래시장에 그대로 적용돼 투명하고도 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대금결제 방식의 경우 신용카드나 퍼처싱카드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실제로는 1∼3개월 단위의 어음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품 분류코드의 경우에도 가령 A호텔에서는 「침대커버」라고 하는데 B호텔에서는 「침대시트」라고 하며 상품 공급자들은 「1111」과 같은 인식코드로 표기하는 식이다.
표준화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또는 정부기관과의 바람직한 협력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시범 전자거래시장의 구축과 운영이다. 정부가 관련업계와 공동으로 9개 업종의 시범 전자거래시장을 구축하겠다고 한 것은 그래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9개 업종은 철강·기계·조선·전자·자동차·중공업·섬유·전력 등으로서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한편 B2B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전자거래시장은 현재 기업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빠르고 다양하게 확산되는 있는 추세다. 이는 국내외의 전자거래 환경이 그만큼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로서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개별 기업은 시장경쟁에서 사실상 도태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환경변화에 수반되는 각종 표준화 작업과 기업간·민관협력 체계 등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웅변해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따라서 이번에 방침을 정한 전자문서 및 카탈로그 표준화 작업과 협력모델의 제시 등을 무리가 없는 선에서 지체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표준화 작업 등의 경우 발표과정에서도 천명했듯이 정부의 강요보다는 시장의 주체인 민간이 주도하도록 보호하고 배려해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