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의 수평적 관계 정립 시급

2차전지 기술개발 업체인 벤처기업 F사는 최근 자체 개발한 리튬폴리머 전지 생산기술을 유럽의 전지업체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용량 콘덴서 및 차세대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또다른 벤처기업 N사는 제품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두 업체의 사업추진 방향을 살펴보면 기술수출 대상업체 및 사업합작 파트너로 국내 대기업보다는 해외업체를 선호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F사의 J사장은 해외업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외업체는 협상대상자를 중소 벤처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면 국내 대기업은 기업 규모에 따라 상대방과 기술수준까지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N사의 K사장 역시 『제품 양산체제 구축을 위해 국내 대기업과 접촉해본 결과 회사의 기술수준과 장래성보다는 매출 등 기업규모에 먼저 관심을 나타내는 대기업의 태도에 실망했다』며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의 공동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중소기업에 불리한 사업조건을 제시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두 벤처기업 사장의 주장이 100% 옳다고 만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대기업인 세트업체가 중소 부품업체와 거래할 때 우월적 지위를 활용,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해왔다.

이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하고자 할 때 겪는 어려움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두 회사의 사장들처럼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에서 꽃피워보지도 못하고 해외업체들의 손으로 고스란히 넘기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기업규모보다는 기술이 더욱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 것이 세계적인 조류다.

기술은 있으나 생산설비와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이들의 부족한 면을 채워줄 수 있는 대기업의 사업제휴가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위에 군림하려는 수직적 구조의 틀이 수평적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