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79)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19>

여자장사를 하자고 한다. 이 사내는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나는 웃으면서 반문했다.

『나는 여자에 대해서 약합니다. 그런 사람이 여자장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자를 정말 여자로 생각하십니까?』

『그럼 무엇을 뜻하지요?』

『무기장사를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군사무기거래를 여자장사라는 은어로 쓰지요.』

『무기장사가 왜 여자장사지요?』

『여자처럼 믿을 수 없고, 여자처럼 확실한 것도 없으며, 여자처럼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바로 무기지요. 무기는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데 여자도 사람을 죽이지요. 여자가 남자를 죽이듯이, 무기도 대부분 남자를 죽이지요. 전쟁에서 싸우는 병사는 대부분이 남자니까.』

『그런가요? 그러나 나는 무역을 하지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여러 번 강조했듯이 내가 하는 분야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거래하는 것은 역시 소프트웨어입니다.』

『소프트웨어라? 그거 좋지요. 무기에는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현대전은 컴퓨터 전쟁이라는 말이 있지요. 오늘날의 무기는 바로 그 컴퓨터 전쟁 즉, 디지털 전쟁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당신이 개발하고 있는 무선 통신제어 시스템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요.』

군사무기체제를 다루는 제어시스템은 소련의 기술을 따라갈 수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와 같은 기술을 대중화시켜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러시아 전산과 합작하여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도록 하지요. 그렇다면 서울에 있는 나의 회사 연구실 직원 일부를 모스크바에 파견해서 이곳에 연구실을 만들고, 러시아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그렇게 해서 생산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은 얼마나 필요합니까?』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연구상품에 따라서 육개월에 끝날 수도 있지만, 삼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길수록 생산성이 없어집니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동으로 연구하려는 의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