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텍정보통신 장부관사장 bukerly@willtech.co.kr
우리는 최근 언론을 통해 「G8」 회의 참여국가들이 전세계의 운영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자주 접할 수 있었고 또 전세계 최고의 부를 상징하는 기업 및 개인의 대부분이 G8국가의 소속임을 알 수 있게 됐다. 과연 우리나라는 언제 G8에 참여할 수 있게 될까. 언제가 되면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가 될까.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정보통신산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정보통신산업은 반도체와 이동통신이라는 두개의 축을 기반으로 연 15%대의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특히 99년 수출액은 399억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의 2.2배에 달하고 있다.
올해에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세가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27%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개의 우수 정보통신기업 매출이 올해 100% 가량 늘고 종업원수는 31% 증가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결국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으로 전체 산업의 구조가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정보통신산업 발전에는 관련 벤처기업의 창업 및 성장이 배경이 되고 있다. 일반인들은 반도체 하면 삼성·현대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설비·재료 등을 공급하는 많은 우량 벤처기업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오랫동안 반도체산업을 키워오면서 대기업이 보지 못한 또는 대기업 체질상 참여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에 우수한 인력으로 무장한 탄탄한 기업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벤처들이 파고들 만한 여지는 이미 없을 듯한 이동통신관련 산업에도 얼마든지 있다. 서비스나 기지국·교환기·단말기 등에서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야 단말기부문에서 중소·중견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2000만명에 이르는 지금까지도 계측장비 부문은 국내 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단말기를 측정하거나 필드환경을 측정하기 위해 학교·연구실·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외산 일색이며 그나마 최근의 기술동향에 적절한 장비가 없어서 범용 계측기로 대체해 측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세계적으로 CDMA 방식을 상용화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 있고 이런 시장에 SK텔레콤·LG정보통신 등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장비업체가 진출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잠재해 있는 미개척 분야, 즉 계측장비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기술력 있는 연구원이나 벤처기업이라면 숨겨진 시장을 찾아 이윤을 키우려는 데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물론 계측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동통신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동통신 환경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적응이 필요하다.
계측부문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창의적인 도전정신이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계측분야는 벤처기업에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벤처의 원조로 꼽히는 기업이 바로 계측기업체인 휴렛패커드(HP·현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이라는 점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한층 분발해야 한다. 엔지니어로서 사회기여는 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럴 때에만 우리 산업이 더욱 건강해지고 부유해진다. 이것만이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G8」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