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학 벤처 논란...

윤원창 부국장대우 경제과학부장 wcyoon@etnews.co.kr

한때 대학을 가리켜 상아탑이라 말하기도 했다. 권력이나 돈에 물들지 않고 오직 진리를 탐구하고 교양을 넓히는 학문의 전당이라는 자랑스런 대명사였다. 그러나 요즘 대학을 상아탑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교수도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여기는 것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시인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대학가 벤처 열풍이다. 물론 이것을 부채질한 것은 정부의 「1연구실 1창업」정책이다.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전국 350개 대학에서 재직중인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286개사에 달한다고 한다. 일부 대학 교수는 전공분야의 연구를 제쳐놓고 인터넷 창업에 몰두하고 학생들을 여기에 동원하기까지 한다는 소식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당장에 돈이 되는 연구에 박사들이 몰리고 있는 듯하다.

특히 대학들이 과거에는 창업보육(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던 방식이었으나 요즘은 직접 벤처기업을 차리는 대학까지 등장한다고 한다. 숙명여대가 산학협력을 통해 설립한 문화벤처기업인 「아트노우」, 숭실대가 나라정보기술과 손잡고 만든 사이버컴퓨터학원인 「이지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포항공대는 아예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대학 측면에서 보면 이들 대학벤처는 수익사업과 벤처지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자는 포석이다. 이들 대학벤처가 학교 살림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이처럼 대학가에 벤처 열풍이 거세지면서 최근 대학벤처에 대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벤처의 긍정론은 연구결과의 실용화를 촉진하고 산학협동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정론은 대학교수 창업이 본분을 벗어난 활동으로 교육의 질적 저하는 물론 공적지식의 개인적 독점이라는 지적이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벤처기업이란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프런티어적 기업을 의미한다. 지식을 창출하는 대학은 지식기반사회에서 이러한 산업군의 한 가운데로 이동하는 게 당연하다. 대학벤처, 즉 실험실 벤처가 그 핵심이다. 대학에서 파생된 벤처기업은 기술력, 인적자원, 개발여건, 주변기술 또는 보완기술 확보가 쉽다. 대학에서 벤처창업이 이상적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국가혁신 시스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의 하나가 산학협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음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의 평가이기도 하지만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국제기관들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늘 지적하는 우리의 고질적인 부분이다. 정부에서 산학협동을 유도하기 위해 인력교류나 창업지원을 위해 갖가지 방안을 내놓고 추진해 온 것이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별효과가 없었다. 여기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대학 벤처 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대학벤처로 인해 교육과 연구가 훼손된다는 주장은 학문적 발전과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 벤처 붐으로 본래의 사명과 목적이 상실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부정적인 사유임에 틀림없다. 서울대가 최근 교수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거나 임원 겸직 때 총장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교수들의 벤처기업 활동을 총 근무시간의 20% 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창업지원에 관한 규정안」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문제점 또는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벤처가 응용적인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 보면 인력을 비롯해 기초연구나 원천기술 등과 관련해 대학은 매우 중요한 공급 원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대학벤처로 인해 교육이 훼손된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갖고 있는 오랜 구조적 문제로 병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연구능력 훼손 주장도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능력이 일부를 제외하곤 국제적으로 내놓을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보면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설사 우리 대학의 연구능력이 대단하고 또 축적된 연구자산이 많다고 하더라도 연구자산이 응용으로, 응용이 제품화로, 제품개발이 창업으로 자연스레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난 80년대 「베이 돌(BAYH-DOLE)법」을 통해 대학의 연구자산 실용화를 유도했던 것은 이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학벤처가 일시적으로 대학의 기존 질서에 파행을 불러오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벤처에 대한 찬반 논란보다 이제는 대학벤처가 대학 교육의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데 판단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을 사장 또는 단순 이전하기보다는 대학벤처를 통해 기술개발 가치를 극대화하고 동시에 현장감을 갖는 인력양성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