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의 최대 악재였던 현대사태가 13일 오후 현대측의 자구계획 발표로 사실상 해결됨으로써 향후 주식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현대사태의 장기화로 4개월간 얼어붙었던 금융경색과 이에 따른 벤처투자 시장의 냉각이 풀릴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증시 주변에서는 이번 자구계획안 발표에도 불구, 현대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여러 난제가 잔존하고 있지만 일단 현대측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자구계획안을 마련,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 살아날까 =현대사태의 해법제시와 금리 하락, 유동성 회복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긍적적인 분위기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그룹의 자구계획안의 강도가 증시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더욱이 현대그룹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구계획안을 충실히 시행해 옮긴다면 시장이 대세 상승세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최근 구성된 신경제팀이 현대사태의 조기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가 자구안을 강도있게 실천해 간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본격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증권 유영국 선임연구원은 『현대그룹 자구책은 주식시장을 지난 5월말과 같이 한단계 레벨업할 만한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만일 현대사태의 해결이 지연된다거나 자구안이 미봉책으로 드러난다면 시장은 또 다시 심각한 조정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LG증권의 김주형 상무는 『현대문제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라기보다는 잘못된 관행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 이번 자구안 발표로 시장의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채 시장마비 풀리나 =현대의 자금압박에서 비롯된 회사채 유통시장의 마비와 신용경색도 현대사태 타결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 불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이 주식 및 회사채시장으로 다시 방향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이정수 신한증권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유통금리는 8∼9%대의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지만 현대사태로 일부 대기업의 우량 회사채만 거래되는 등 사채시장이 사실상 마비됐던 게 사실』이라며 『현대자구안 발표로 회사채시장이 되살아나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반 기업들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처투자 재개되나 =현대사태의 극적타결은 벤처캐피털 등 벤처금융시장에도 일단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기업들은 그동안 올초부터 불거져나온 「벤처버블론」이 현대사태와 연결되면서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과 은행·투신·증권 등 금융기관들이 직접투자를 최대한 자제, 외부 자본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벤처위기론」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이번 자구계획안 발표로 현대사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고 주식시장까지 살아난다면 벤처캐피털을 시작으로 벤처투자가 빠르게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벤처기업들은 특히 최근 정부의 잇따른 벤처육성 재천명에도 불구, 벤처투자시장이 살아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현대사태로 인한 자금시장의 불안이었다는 점에서 벤처금융시장 분위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기술투자 곽성신 사장은 『반년 가까운 벤처조정기를 통해 닷컴 등 벤처기업의 고질적인 거품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음에도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현대가 혹시 잘못될 경우 주식시장이 앞으로 3년 정도의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며 『현대문제만 잘 해결된다는 벤처투자시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벤처투자의 주요 재원인 벤처펀드 결성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캐피털업체들은 그동안 현대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해 기관, 법인, 개인 등의 벤처펀드 출자가 급감, 펀드결성에 애를 먹었으며 이에 따라 자연히 투자가 위축됐다. 그러나 이번 현대사태 해결로 기관과 법인들의 출자가 재개, 전반적인 벤처투자시장이 긴 조정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