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표준 1동2비로 가나 - 마지막 힘겨루기』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기술 표준은 1동(同) 2비(非)로 가나.

한국통신을 비롯, SK텔레콤, LG그룹 등 IMT2000 예비주자들의 컨소시엄 참여업체 모집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면서 초미의 관심사인 기술 표준을 둘러싼 마지막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과 동시에 곧바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할 예비주자들로서는 기술 표준 확정을 더 이상 미루기는 곤란,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내야할 입장이다.

특히 최근 한국통신이 장비 수급과 관련, 삼성전자를 접촉했고 삼성은 동기식 장비공급을 전제로 한 계획서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는 달리 SK텔레콤은 비동기 고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비동기로 가더라도 국산장비를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는 동시에 비동기를 추진하는 장비업체와 연계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되 만약 삼성과 현대가 동기를 고집한다면 경쟁사이긴 하지만 LG와 제휴해서라도 비동기 사업계획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SK의 완강함 =한국통신과 「동기 떠넘기기」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은 『하늘이 무너져도 비동기로 간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파워콤 인수 조건으로 동기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SK는 이미 NTT도코모와 지분 매각에 관한 MOU를 체결한 상태로, 단일 경제권 편입이 확실시되고 있는 한중일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여세를 몰아 세계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갖고 있다. 도코모에서 들어오는 자금으로 파워콤 인수는 물론 IMT2000투자비도 조달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SK는 최근 정부 일각에서 동기 선택을 유도하는 듯한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비동기 기술 개발성과를 공개하는 등 비동기표준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SK는 장비업체와 협의해 기술 표준을 결정하라는 정부 지침에 대해서도 비동기를 표방하는 장비업체와 제휴하겠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LG정보통신(LG전자)과 함께 비동기 사업계획서를 작성한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SK는 또 비동기 선택시 기존 동기기반의 국내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정부의 시각을 감안, 『반드시 국산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삼성이 자동차산업에 진출하면서 국산부품 사용각서를 제출한 것과 비슷한 사례다.

◇KT의 고민과 퀄컴 변수 =한국통신은 여전히 비동기를 선호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듯한 행보도 보이고 있다. IMT2000 책임자가 삼성전자를 방문, 장비 수급문제를 협의했고 삼성은 지난주 동기식 장비 공급계획을 제출했다.

물론 한국통신은 이를 동기를 선택한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주문하고 기술 표준과 관련한 장비업체와의 협의 지침을 이행하는 수순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동기의 대표격인 삼성과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퀄컴 변수는 또 다른 차원에서 떠오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만약 모든 사업자가 비동기로 간다면 퀄컴이 한국IMT2000 컨소시엄에 참여, 사업권 획득에 나서고 이 경우 빅3 가운데 하나가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면서부터다.

이는 일본의 사례와 비슷하다. 일본은 퀄컴이 참여하는 사업자가 탄생하지는 않았지만 퀄컴과 미국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비동기로 가려던 한 예비주자가 동기로 주저 앉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퀄컴이 실제로 예비주자의 컨소시엄에 참여, 동기식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추진한다면 상당한 여론의 저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퀄컴 자신이 한국의 예비사업자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지분 참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판단하고 있다.

퀄컴의 고위 관계자는 『안정적 장비 및 기술 제공을 위해 상징적 의미의 전략적 지분을 투자할 의향은 있지만 컨소시엄의 운영을 좌지우지할 만한 지분을 확보할 의사도 그럴만한 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마전 모 예비주자가 참여 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택기자 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