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위원회와 정부·시민단체 등에서 일제히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방송의 선정성을 문제삼으면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의 뿌리를 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방송사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안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방송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동안에도 많이 있어 왔고 그때마다 정부와 방송사들은 「앞으로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큰소리를 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감시의 눈길도 허술해지고 방송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시청률 경쟁」은 격화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물론 상업 방송사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눈을 의식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일부분에 그칠지라도 그것이 갖는 사회·문화적 핍폐는 실로 심각하다는 데 있다.
가치판단력이 부족하고 모방의욕이 강한 청소년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송에 노출될 경우 탈선과 폭력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선정성과 폭력성을 앞세워 벌이고 있는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은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지상파 방송의 경우 프로그램 내용을 심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라도 있지만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 인터넷 방송의 경우 그 내용을 심의하고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선정적인 방송 내용이 여과 없이 그대로 방영되고 있다.
일부 성인 인터넷 방송의 경우에는 여자 출연자가 상의를 모두 벗은 다음 외투만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행인들에게 다가가 갑자기 상반신을 노출,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촬영해 방송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정통부에서 성인 인터넷 방송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현재의 여건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또 방송위원회가 청소년들이 유해한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등급제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논란의 여지가 많다.
더 늦기 전에 지상파와 인터넷 방송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프로그램에 그대로 노출된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의지와 실천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