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보시스템 성공 요인

얼마전 대규모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시스템통합(SI) 업체의 한 임원은 성공적인 사업수행의 근본원인을 사업주체와 시스템 공급업체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사업을 추진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스템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상생(相生)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정보화사업은 상생보다는 상살(相殺)의 길을 걷고 있다.

시스템 수요자는 최저 가격에 사업을 발주한 후 팔짱을 낀 채 『어디 한번 약속기간까지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두고 보자』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입장이고, 공급자는 『대충 모양새만 갖춰 일단 공급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러다 문제가 발생하면 양쪽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동안 부실공사의 우려가 제기되고 사업 완료기간이 계속 연기돼온 대부분의 정보화사업들이 이러한 상살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도 그 악순환의 고리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성공한 정보화사업처럼 『프로젝트를 수행한 지난 4∼5년간 생일잔치 한번 마음놓고 못해봤다』는 SI업체 직원과 『선진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남겠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다』는 수요자가 만날 때만이 상생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그래야만 『최초 시험가동에서 시스템이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생애 최고의 쾌감을 경험했다』는 이번 실무자들의 솔직한 고백처럼 전산엔지니어로서의 남다른 자부심도 맛볼 수 있다. 더욱이 시스템 수요자와 공급자가 상생의 길을 걸으면 설사 시스템 구축에 실패하더라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노하우와 용기만큼은 고스란히 남는다.

국내 최대 SI업체인 삼성SDS가 종합회의실의 이름을 「상생실」로 붙인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컴퓨터산업부·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