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이테크 부통령 자리를 놓고 일고 있는 한 판 승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승부의 주인공은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리버먼과 체니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은 동부 지방의 전통적인 관료와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하이테크 업종의 비즈니스맨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이들의 인기는 최근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정치력과 도덕성 못지 않게 정보통신에 대한 해박한 지식 덕분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 리버먼의 도덕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정보통신 부분에 대한 논평도 빠트리지 않고 있다.
미 하이테크 업계는 리버먼 코네티컷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리버먼을 환영한다』며 반기고 있다. 일부는 『환상적인 선택』이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특히 넷스케이프와 라우드클라우드의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은 리버먼 후보에 대해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그가 하이테크산업에 정통할 뿐 아니라 첨단산업과 관련된 많은 이슈에서 업계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관련 법률 전문가인 리버먼은 △부족한 첨단기술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H1-B 비자법 △전자상거래에 대한 세금 유예 △기업의 연구개발 자금에 대한 세금공제 △반스팸메일법 제정 등에 앞장선 경력이 있다. 그는 또 TV 프로그램에 등급을 부여하는 V칩을 지지하고 있다.
하이테크 참모진도 쟁쟁하다.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 전 오라클 사장인 레이 레인,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 등이 모두 리버먼을 지원하고 있다.
공화당의 딕 체니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공화당은 체니 후보가 국방장관을 지내며 전자·기계 등의 분야에도 고도의 식견을 발휘했고 석유 관련 서비스 회사인 핼리버튼(Halliburton)의 최고 경영자로서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국방장관으로서의 업적을 통하여 기술적인 면에서도 뛰어남을 보여 주었다. 체니는 미국의 전자·기계 기술분야의 중간 조정자 역할을 다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예컨대 체니는 핼리버튼에서 새로운 CIO제도를 도입했다. 또 유전의 미세한 지질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 개발 회사 「랜드마크그래픽스」를 인수하는 경영감각도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들이 하이테크라는 무기를 들고 전면에 나서면서 부통령직에 대한 인기와 관심은 이제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국의 부통령이 하이테크 특히 정보통신 기업의 관점에서 분석대상이 된 것은 현 부통령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앨 고어 덕택이다.
클린턴 행정부내 최고정보책임관(CIO)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앨 고어는 미국 정보화 정책의 근간이 된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그가 입안한 「국가정보기반(NII) 구축을 위한 행동 계획」은 전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올해 미국 부통령 후보들의 특징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앞서 찾아 투표 전략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민들이 누구를 하이테크 부통령으로 선택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