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세계를 향한 정보통신기술...

배순훈(KAIST 초빙교수)

지난 8월 15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리눅스 월드 엑스포에서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회장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리눅스 운용체계의 밝은 전망에 관해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리눅스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 응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네트워크에 강해 온라인 사업에 많이 채택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리눅스는 아직은 응용 프로그램의 한글판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생소하기는 하나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인 발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리눅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됐기 때문에 응용의 유연성이 높고, 네트워크의 안정성·확장성에서 다른 운용체계보다 유리하다. 리눅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술자가 많이 생겨나고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도 빠른 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 서버시장을 중심으로 저가의 상품들이 보급되고 있다. 클러스터를 통한 고속계산, 대량 메일 전송, 온라인 사업을 운용하면서 계속적으로 확장이 필요한 서버시장에서 리눅스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좀더 의욕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 상품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리눅스 운용체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시장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리눅스 운용체계가 확산되면 비단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리눅스가 여러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그것을 방치하면 시장확대는 더딜 수밖에 없다.

따라서 리눅스 운용체계의 시장확대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한글 응용소프트웨어를 생산하기 위해 표준 패키지가 있어야 하고 대기업과 정부기관의 구매가 확대돼야 하며 하드웨어도 국산화해야 한다.

현재로는 리눅스의 특성 때문에 고속 알파칩(CPU)으로 고성능을 가진 서버 및 정보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으나, 리눅스의 용도에 적합한 CPU와 구성요소를 최적화해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것도 단독으로 할 수 있겠지만 여러 업체가 협력하면 효율적이고 쉽게 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들에게 보다 익숙한 TV를 통해 전자우편을 전달하는 것이 용이하고 또 보급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TV와 세트톱박스(STB)를 쉽게 확장해 전자우편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CPU와 메모리의 용량이 부족한 STB를 공급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홈서버를 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본은 i모드를 활용, IS95 정도의 성능으로 전자우편과 전자상거래를 처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광대역 고속통신망의 급속한 보급과 이를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홈서버 도입이 다른 나라보다 빠를 가능성이 커졌다. 통신인프라가 취약한 아시아 전역에 무선인 디지털TV망을 이용한다면 첨단 정보통신은 아시아 지역에서 먼저 시작할 수도 있다.

정보기술(IT)산업도 이제는 도입기술을 기반으로 수출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국내 시장확대와 내수시장의 경험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국내의 첨단 정보통신기술도 세계로 향하는 것이어야 하며, 새로운 운용체계·CPU·단말기를 광대역고속망·인터넷과 동영상을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편리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개발해야 한다.

반도체·LCD·모니터·PC 등 우리의 경쟁우위 분야를 세계시장과 연결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