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진출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은 과연 바람직한가.」

최근 닷컴위기론 이후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이 붐을 이루면서 단연 세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내각개편과 함께 신경제팀이 구성되자마자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에 사정의 칼날을 들이밀면서 이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은 인터넷 비즈니스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대세라는 것이 찬성론의 요지다. 반면 또다른 문어발식 확장이자 편법적인 상속놀음이며 벤처들의 설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반대론은 공정위의 편법 상속여부 조사발표 이후 더욱 힘을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공방전의 이면에는 국가경제의 앞날보다는 경제질서를 지배해왔던 대기업세력과 이에 도전하는 벤처세력간의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쟁탈전이 도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국내 벤처산업은 국가경제의 앞날을 짊어지고 갈 동량으로 지목돼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벤처산업에 인력을 빼앗기고 새로운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피해자이자 경제무대의 중심에서 벗어난 소외지대로 전락했다.

그러나 닷컴산업의 거품론이 일면서 상황은 일시에 반전됐다. 제조업에 바탕을 둔 대기업들이야말로 확실한 수익성을 담보해낼 수 있는 인터넷사업의 적격자이자 주역이라는 논리가 그것이다.

가장 강력한 기반이었던 코스닥이 무너지면서 자금동원력을 상실한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의 이같은 논리와 반격을 눈뜨고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은 그러나 기존세력과 신세력간 세력다툼의 차원보다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문제는 누가 주인공이 되느냐, 또는 되어야 하느냐 하는 결과론이나 당위론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다. 어떤 방식과 방향이 과연 국가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인터넷산업을 발전·부흥시키는 길이냐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인터넷사업 진출이 진정 기업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면 인터넷과 벤처기업으로 진정 거듭나야 한다. 정부에서조차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편법적인 상속이나 구태의연한 문어발식 확장의 일환이라면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우려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부·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