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마피아<27>
나는 술이 확 깨었다. 이미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늦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러한 일을 예측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다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가 내 옷을 벗겨주고 그대로 나갔을 때 나는 분명히 두 가지 감정을 한꺼번에 느꼈었다. 그것은 다행스럽다는 생각과 섭섭함이었다.
여자의 피부는 매우 희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보니 그렇게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노란 솜털이 많았고 팔이며 다리에 약간의 주근깨가 있었다. 동양의 여자들에게 있는, 특히 중국 여자들이 지니고 있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피부는 아니었다. 나는 욕조 속에서 다가와 마주 앉아 있는 그녀의 피부를 감상하고 있었다.
여자가 팔을 뻗쳐 부드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만졌다. 그리고 머리를 눌러서 자기의 가슴에 대었다. 내 얼굴이 그녀의 젖무덤에 닿았다. 젖꼭지를 빨라는 몸짓이었다.
호수에 파도가 없는데도 배가 흔들렸다. 배가 돌고 있는 듯했다. 나는 나타리야와 동침을 하였다. 그때 나는 술에 취해 있었으나 취기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그때 내가 죄의식을 느꼈다면 그것은 나타리야의 언니인 나타샤에 대한 감정이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나는 아내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못했다. 애정이 식은 것일까. 아니면 고부 갈등으로 오랜 세월 한을 삭이다보니 아내에 대한 미움이 경원의식을 만들어준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내와 반목을 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죄의식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타샤에 대한 감정은 죄의식이라기보다 그녀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주는 부담감이었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 침대 옆에서 자고 있는 나타리야의 모습이 보였다.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는 욕조에서 그녀를 애무하던 일이라든지 욕조 바닥에 뒹굴면서 킬킬거리고 웃었던 일이 떠올랐다. 배는 어딘가를 가고 있었는데 창을 통해 뭍의 불빛이 보였다. 산자락에 별장 같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안개 사이로 보였다. 물안개가 자욱하다.
나는 욕조로 들어가 샤워를 하였다. 나타리야가 잠에서 깨었다. 그녀는 다시 욕조 안으로 들어와서 함께 샤워를 하려고 했다. 어젯밤같이 술에 취했을 때와는 달리 나는 매우 계면쩍고 어색했다. 그러나 나가라고 할 수 없어 우리는 함께 샤워를 하였다. 샤워를 하면서 그녀가 등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