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체군 IMT2000 표준논쟁

IMT2000 서비스사업자들의 기술표준 결정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이에 대해 상반된 길을 걷고 있는 삼성과 LG 등 통신장비업체군간에도 IMT2000시장의 대세를 잡기 위한 치열한 기술표준논쟁을 전개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국통신, SK텔레콤, LG그룹 등 3개 IMT2000사업주자들이 비동기식 기술표준채택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장비업체군마저 이처럼 조정 불가능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어 향후 정부개입 여부가 주목된다.

◇ 기술논쟁 = 24일 장비업체군은 둘로 나뉘어져 치열한 기술우위논쟁을 전개했다. 삼성전자 천경준 부사장, 현대전자 박항구 부사장, 텔슨전자 김동연 사장은 24일 오전 정보통신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기식 기술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정보통신과 성미전자 등 비동기 기술개발을 서둘러왔던 일부 장비업체군은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정면 반박했다.

삼성전자 홍순호 상무(IMT2000시스템 연구팀장)는 『주파수 사용효율 전송속도, 가입자 수용 등 핵심적인 사항에서 동기식기술의 우월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기철 팀장(차세대이동통신협의회 사업관리단)은 『99년말부터 민관산이 참여해 국책연구과제로 비동기식 기술개발을 하고 있으나 2003년 말까지 상용화는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LG정보통신은 『삼성의 동기식 기술우위 주장은 왜곡됐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LG측과 성미전자는 여기서 나아가 『독자적으로 추진중인 시스템 개발을 2001년 하반기까지 완료할 수 있어 IMT2000 상용화 일정상 국산장비의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 선호하는 기술표준은 = 장비업체군들이 주장하는 기술표준은 최소한 특정방식으로의 단일표준은 아닌 것으로 요약된다.

줄곧 동기식 단일표준을 주장했던 삼성전자 등 동기식 장비업체들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산업 여건상 동기사업자 2개는 최소한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기식 선호 장비업체군이 국내시장에서 얼마나 차지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장비업체」 「2세대 기준 매출점유율로 75% 이상의 업체」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와 달리 LG 등 비동기 선호 통신장비업체군은 『국내 비동기 시장기반을 확보해 광대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비동기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비동기강화가 필수적」이 의미하는 것은 비동기사업자 2개를 일컫는다』며 『이는 대부분의 장비업체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동기식 선호세력의 논리 = 삼성·현대 등 시스템·단말업체와 텔슨전자 등 단말기전문업체들은 「동기식 사업자 2개」 주장의 근거로 동기식(CDMA) 채택으로 세계시장에서 급부상한 한국이동통신산업의 생존력 및 경쟁력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 홍순호 상무는 『한국의 선택이 전세계 IMT2000시장전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의 기술표준은 특히 2세대에서 CDMA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17%)와 유럽을 제외한 GSM채택국가(25%)의 기술표준 채택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텔슨전자 사장은 『사업자의 기술표준채택은 장비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지향할 수 있는 기반 위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특히 향후 아시아권과 중국의 IMT2000시장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해야하므로 국내기술표준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비동기식 선호배경인 글로벌 로밍의 경우도 반도체 기술의 발전에 따라 4∼7%의 비용 증가요인만 떠안으면 충분히 해결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비동기식 선호세력 논리 = 비동기방식을 선호하는 장비업체군은 세계시장 규모, 국제로밍, 기술적 우위 모든 측면에서 비동기식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LG정보통신은 『전세계 IMT2000시장의 80%가 비동기식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비동기시장을 지향한 기술표준채택은 필수불가결하다. 일본의 경우 2세대 이동전화에서 글로벌화전략을 펼치지 못해 국제통신시장에서 철저히 고립됐다』고 지적했다.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인 팬택(대표 박병엽 http://www.pantech.co.kr)도 동기, 비동기를 모두 개발하되 무게 중심을 비동기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 회사 정규수 이사는 『국내시장 여건상 동기식은 2세대에서 2.5세대(IS95C), 3세대로 진화하는 속도에 맞춰 대응제품을 개발하면 된다』며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비동기분야 기술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 국내 최초로 상용화가 가능한 비동기식의 기지국 장비를 개발했던 성미전자(대표 유완영 http:///www.sungmi.co.kr)는 일부 장비업체에 의해 동기방식으로 무게 중심이 실리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 유완영 사장은 『상당수의 기지국 및 중계기 개발업체들이 비동기식 장비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비동기식 부문에서 충분한 기술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동기방식을 고집하는 업체들의 비동기 역량미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비동기식 중심의 표준이 채택될 경우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도산할 우려가 있다는 동기식 진영의 예측은 현실성을 무시한 억측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정책 과제 =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사업자와 장비업체, 장비업체간 기술표준논쟁의 자율협의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복수표준 내에서의 업계자율결정이란 정책방향 외에는 직접적인 표현과 개입을 삼갔던 정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문제는 정부가 개입했을 때 어떤 논리근거에 입각할 것인가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IMT2000사업자 허가의 정책목표, 수출지향의 정보통신산업 여건」을 고려, 최종판단을 유도하거나 직접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기자 cycho@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