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DVD업체들의 변명

최근 국내 제작사들이 출시하는 DVD영화에 대해 상당수의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게 DVD야?』라고 말하고 있다. 비싼 돈을 들여 DVD플레이어를 장만하고 화려한 영상을 잔뜩 기대했던 소비자들이 정착 DVD를 본 다음에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DVD를 출시할 때마다 화질문제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한 제작사 관계자는 『원본의 상태가 나빠 어쩔 수 없다. 양질의 원본으로 제작하는 직배사의 수입DVD와 비교해 약 70% 수준의 화질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있다.

직배사들이 공급중인 DVD와 비교해 70% 수준의 화질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곧, 잘 제작된 비디오테이프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화질을 보여주는 데 불과한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해 DVD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제작기술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판권을 확보한 작품의 원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꽤 그럴듯한 변명이다. 영화 원본의 화질이 나쁘기 때문에 이 원본으로 제작한 DVD의 화질이 나쁜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상태가 좋은 영화원본을 구입해 DVD로 제작하면 될 것」이라는 반박 앞에서 제작사들은 더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게 된다.

국내 DVD제작사들이 초기 DVD시장에 참여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아 그 DVD시장의 개척자임을 자임하는 DVD업체들의 속마음에는 판권을 값싸게 구입해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잘못된 욕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DVD시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성장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초기 업체들이 시장의 환경을 망쳐 놓는다면, 채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버리지는 않을까 염려스럽기만 하다.

또 DVD업체들이 출시편수를 늘리고 경영실적을 부풀려 코스닥에 입성, 한몫 챙기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뉴미디어의 개척자임을 자청하는 DVD업체라면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앞날을 내다보는 백년대계로, 기본부터 중요시하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