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TV 조근주 사장 ceo@naratv.com
닷컴이 IMF의 구세주인양 떠들썩하던 일이 엊그제같은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닷컴 무용론이 득세하고 있다.
돈줄을 쥐고 있는 투자자나 사회 여론이 닷컴기업에 대해 꼬집는 내용의 핵심은 거품과 수익모델의 부재다. 특히 인터넷서비스로 대표되는 1세대 닷컴기업들이 수익모델이 없다는 지적은 어느정도 수긍이 된다.
사회여론·투자환경·정부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닷컴기업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벤처기업들의 내부에서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귀걸이를 하고 머리를 물들이고 마음대로 출퇴근을 하는 것만이 벤처가 아니다. 진정한 벤처는 능력있는 젊은이들이 미래의 꿈을 안고 오히려 더 잘 짜여진 조직에서 무능력한 상사의 권위주의식 통제없이, 샤프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제시하고 그 의견이 바로바로 사업에 반영되는 조직을 말한다.
특히 벤처기업의 CEO는 냉철한 입장에서 자성과 함께 가슴에 손을 대고 자신에게 물어봐야 할 말이 있다. 『나는 아이디어 하나와 디자인이 그럴 듯하게 된 사업계획서 한장 달랑 들고 회사를 만들지는 않았는가』 『나는 이 회사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회경험이나 이를 수행할 인력·인프라에 대한 지식이나 네트워크가 있는가』 『사업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가』 『마켓에 글로벌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는가』 『스톡옵션에 눈이 먼 몽상가들만 채용하지는 않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자신이 없는 기업가는 당장 룸살롱에서 막소주집으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무릎꿇고 빌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여력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할 수 있는 강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사업은 유무형의 물건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이기 때문이다. 1세대 인터넷기업의 문제점은 회원을 모으는데 급급했을 뿐, 팔 것이 없는 장사를 했다는 점에 공감한다면 현재의 벤처기업들은 오프라인과의 통합을 통해 실제 물건을 팔 수 있는 인프라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벤처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치열한 반성과 새로운 수익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사업아이템만을 변경·포장해 내놓고 있는 것 같다. 회원모집을 위한 인터넷서비스가 한계를 드러내자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문화 콘텐츠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인터넷 방송분야도 유망한 인터넷 콘텐츠사업으로 꼽혀 현재 700여 사업자가 출사표를 던졌거나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방송국의 붐이 가라앉고 유치한 투자자금이 소진될 1∼2년 후, 이 가운데 과연 몇개의 사업자가 살아남을지 의문이다. 인터넷방송국이 기존 공중파방송의 영상을 보여주거나 튀는 소재로 회원을 모집하는 데 그친다면 이 역시 1세대 인터넷기업의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다. 청취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팔 문건이 없고 광고외에는 수익모델이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인터넷방송이 비록 방송의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콘텐츠 제공사업인 만큼 확실한 유료화 계획이나 기존 오프라인과의 통합을 통해 실제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