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정선종 http://www.etri.re.kr)이 IMT2000 표준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본의 아니게 말려 들었다. 지난주 삼성전자·현대전자와 LG정보통신의 동기·비동기식 IMT2000 기술표준논쟁에 엉뚱하게 휩싸였기 때문이다.
ETRI의 고민은 차세대이동통신기술개발협의회 소속 H박사가 동기식 표준방식이 우월하다며 동기식 진영의 입장에 서면서 시작됐다. H박사는 ETRI에서 파견보낸 직원. H박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차세대이동통신기술개발협의회 입장임을 강조하며 동기식 표준방식이 유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
ETRI는 국내 정보통신분야의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으로 정부의 정보통신 기술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IMT2000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핵심연구원들의 외부 노출을 차단해왔다.
ETRI는 H박사 행동에 대해 차세대이동통신기술개발협의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ETRI와는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H박사의 기자회견장 참여가 본인 의사라기보다는 정통부가 참가를 요청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IMT2000사업권 참여업체는 H박사 의견이 개인적 소견이라기보다 정통부·ETRI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생리상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정부나 자신의 월급을 지급하는 연구기관과 사전 상의없이 독자적인 견해를 피력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기부문에 대해 상당수 기술특허를 보유, 연간 수백억원의 CDMA 로열티를 거둬들이고 있는 ETRI로서 동기식에 대한 애착이 당연하다는 시각이 넓게 퍼져 있다.
일부 IMT2000사업권 참여업체는 ETRI가 동기식을 채택할 경우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ETRI는 동기·비동기 모두를 개발중인 ETRI가 특정 표준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기관과 무관한 개인 행동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ETRI 채종석 IMT2000개발 본부장은 『ETRI는 동기나 비동기식에 대해 특정 방식을 선호한 적이 없다』며 『H박사의 행동은 연구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못박았다.<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