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외자의 자국 통신사업자 매수 규제 움직임 확산

미 정계의 외국 자본에 의한 자국 통신업체 매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유럽과 일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미국 상·하원은 국가 안전보장을 이유로 정부 지분이 25% 이상인 외국기업에 대해 자국의 통신사업 면허 부여를 금지하는 강력한 법안의 심의를 추진하자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배」를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주권(主權)」문제가 핵심 통상문제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홀링스 의원을 중심으로 록펠러·켈리 의원 등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 5명이 공동으로 새로운 외자 규제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의 현행법에는 정부 출자가 25% 이상인 외국기업에 대해선 미국 통신사업면허 취득을 불허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그러나 안건별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허용여부를 결정해 왔는데 그동안 대부분 허용돼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이번에 상원에 제출된 새 규제 법안은 25% 이상의 정부 출자 기업에는 면허 취득을 「예외 없이」 금지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상원에서는 이 법안을 수정해 예산관련 법안에 담아 예산소위원회를 통과시킨 뒤 9월 본회의에서 채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원에서도 홀링스 법안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딩겔 의원이 제출, 다음달 7일 공청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법제화를 추진중이다.

미 의회의 이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은 올 들어 도이치텔레콤·일본전신전화(NTT) 등 외국 정부가 과반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의한 미국 업체의 매수 계획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이 미 장거리통신 사업자 스프린트의 매수에 나선 것을 계기로 외국 자본 참여에 의한 시장잠식 및 경쟁심화를 우려한 미국 장거리전화 사업자들이 미국 의회에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의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본과 유럽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는 최근 새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송부했고, 유럽연합(EU)도 새 법안이 채택될 경우 보복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미 정부에 전달했다.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도이치텔레콤은 미 의회에 법안 저지를 위한 로비에 나섰다.

미국 내부에서도 규제론 일색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규제 법안의 처리결과가 주목된다.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산업계 대부분이 규제 법안에 반대하고 있고, 의회에서도 마켄 상원의원이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아직 공식 표명은 없지만 외자의 미국기업 매수와 관련한 국가안정보상의 규제는 포괄통상법인 엑슨 플로리오 조항 등 현행법으로는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