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어느날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의 상품기획자인 K씨는 아침부터 원격 영상회의시스템 앞에 앉아 있다. IMT2000단말기 차기 모델의 윤곽을 잡기 위해 각각 제휴를 맺은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업체, 동영상 전송기술 보유업체, 모뎀칩 공급회사, 무선 모뎀카드사, 개인정보단말기(PDA) 제조회사의 실무진들과 얼굴을 맞댄 것이다.
K씨가 『이동전화사업자로부터 이번에 개발할 단말기의 창(LCD)을 좀더 넓히고 동영상 화질을 개선시켜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라고 운을 떼자 관련제휴사들이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이 같은 모습은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의 상용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IMT2000이 통신, 컴퓨터산업간 경계선을 무너뜨려 장비융합의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다. 가전산업의 대표주자인 TV기술도 IMT2000 영상통화수단으로 자연스럽게 활용될 전망이다.
2000년 말∼2001년,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계는 우선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을 사용하는 2.5세대 이동전화규격인 IS95계열의 망 진화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IS95C로의 망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 모뎀칩, 무선 모뎀카드 등의 업체들과 활발하게 제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즉 144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IS95C 단말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무선 인터넷 솔루션업체와 단말기 제조업체간 융합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후 영상통화까지 구현할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인 cdma2000을 위해 IS95C 망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기지국장비를 전면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관련장비업체 및 무선 인터넷 솔루션 업체간 결속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비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시스템(WCDMA)을 채택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세대 유럽형 이동전화(GSM)망 환경에서 패킷 스위칭 방식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384Kbps로 끌어올리는 GPRS(General Packet Radio Service) 구현 과정에서 장비업체간 업무제휴와 합병(M&A)이 잇따르게 될 것이다. GPRS가 이동통신 환경에서의 웹브라우징과 같은 각종 인터넷 프로토콜(IP)기반 서비스를 구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GPRS를 거쳐 실현될 비동기식 IMT2000인 WCDMA 역시 시스템, 단말, 망에 걸쳐 총체적인 업계 및 기술융합의 시대를 선보일 것이다.
IMT2000서비스 사업자와 장비업체 간 경계도 무너진다. 이미 한국통신, SK, LG 등 IMT2000사업권 경쟁에 나선 업체들은 인터넷 콘텐츠업체를 비롯해 게임, 장비업체를 포괄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21세기 이동통신업계는 컴퓨터, 가전을 포괄하는 새로운 틀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